2017 칸 라이온 글라스(Glass, 유리천장) 부문 그랑프리
  • 그녀들은 절벽으로 차를 몰았다. 커다란 자동차 경적소리로 울려대는 남성의 권위와 위협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해 떠난 것이다. 그리고 올해 그녀들은 키 작은 소녀상이 되어 돌아왔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무서운 기세로 정면을 응시하는 황소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마주섰다. 그때 그 커다란 트럭의 공포와도 같은 황소는 다름 아닌 뉴욕 월스트리트의 명물 동상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이다.

     

  • ⓒ캠페인 제작 대행사인 Mccann WorldGroup 홈페이지 한 장면
    ▲ ⓒ캠페인 제작 대행사인 Mccann WorldGroup 홈페이지 한 장면

     

     

    미국증시 대폭락사태 직후인 1989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설치된 황소상은 이제 월가(Wall Street)의 상징이자 뉴욕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황소 앞에 올해 초 한 소녀가 나타났다. ‘두려움 없는 소녀(The Fearless Girl)’로 이름 붙여진 키 130㎝의 동상이다.

    투자 자문 회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tate Street Global Advisors)’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세운 것이다. 아직도 남성 중심적인 사회 환경을 개선하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진작시키는 취지로 설치한 것이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성 평등 메시지에 칸 라이온은 글라스(Glass, 유리천장) 부문 그랑프리를 주었다. 금융계와 나아가 사회전반에 아직도 만연한 가부장적 사고와 제도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의 힘에 칸 라이온은 PR 부문 그랑프리를 주었다.

    양손을 허리에 얹고 턱을 치켜든 채 당당한 표정으로 황소를, 세상을 거침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 단순한 아이디어와 그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우아함에 칸 라이온은 옥외(Outdoor) 부문 그랑프리를 주었다. 소녀는 그렇게 하루에 3개의 그랑프리를 옆구리에 꿰어 차게 되었다.

     

    일주일 전시허가로 서게 된 소녀는 뉴욕에서 함께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되어 사람들이 몰려들고 결국 내년까지로 설치가 연장되었다고 한다. 소녀에게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보고 아이의 미래를 볼 것이다.

    그런데 그건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로도 충분하다. 진짜 힘은 이 소녀가 바꿔놓은 마주 선 황소의 의미일 것이다. 경적을 울려대던 트럭 운전사는 오늘 델마와 루이스가 떠난 절벽 아래로 손을 내밀고 있다. 

    양웅(동서대학교 교수/前 칸광고제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