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념 심포지엄 열리는 한날한시 공단 노조 국회토론회서 "심평원 없애라"비판 성명 주고받으며 장외전도…"보험제도 발전보다 기관 장악력 높이는 데 관심"
  •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4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이끌고 있는 양축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묵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낮에는 통합, 밤에는 분리…"공단은 더 커지고, 심평원은 더 작아져야"

  • ▲ 20일 건강보장 4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 행사에서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왼쪽)과 심평원 김승택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 20일 건강보장 4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 행사에서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왼쪽)과 심평원 김승택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부는 지난 1998년 의료보험 통합 이후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는 재정관리자인 건보공단에서 독립해 중립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심평원을 분리·설립했다.


    그때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의약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진료비 심사와 의약품 급여·등재 결정 권한이 주어진 심평원의 힘은 점점 커졌고, 건보공단은 여기에 눈독을 들였다. 명분은 보험재정 건전화다. 여기에 심평원도 업무 전문성을 이유로 반박하면서 해묵은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갈등은 건강보험 40주년을 맞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0일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오전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건강보장 4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 행사를 함께 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날한시 공단 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과 공동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 토론회를 마련했다.


    토론회 주제만 놓고 보면 통상적인 정책토론회 같지만 문제는 주최 의도와 토론회를 채운 내용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건강보험 개혁과제와 보험자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건보공단의 기능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험료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데 중심이 된 건보공단의 기능을 현행법상 보장된 보험 보험급여 관리 기능에 입각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신약 등 보험급여 관리,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 관리 등이다.


    문제는 이 기능들이 보건복지부령과 고시 등을 통해 현재 심평원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심평원의 기능을 공단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날 건강보험노조 황병래 위원장은 "공단과 심평원으로 이원화된 보장성 관련 정책은 효율적인 보장성 확대와 효과적인 재정관리를 가로막고 있다"며, 보험자로서 보험급여 관리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도치 않았다지만…비판성명 주고받으며 으르렁대는 양 기관

  • ▲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4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이끌고 있는 양축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묵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4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이끌고 있는 양축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묵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양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건강보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동일한 시점에, 한쪽에서는 기관의 존폐·흡수 통합을 얘기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행사 시점이 겹친 데 대해 건보공단 노조도 부담을 느낀듯 심포지엄보다 토론회 일정이 먼저 결정됐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건보공단 노조 관계자는 "지난 3월 이미 국회 토론회가 잡혔는데, 이후 보건복지부가 심포지엄 날짜를 같은 날로 잡은 것"이라면서 "토론회 역시 건강보험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지 기관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심평원을 향한 비판 성명을 내놓으며 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심평원도 이에 질새라 반박 성명을 통해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두 기관과 가장 이해관계가 밀접한 의료계는 공단과 심평원의 해묵은 갈등에 지친 모습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부담을 느껴 토론회도 초기 기획 단계에서보다 완화된 방향으로 틀면서, 토론회 자체가 김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정말 건전한 정책 논의를 하고 싶었다기보다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의중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공공기관이 국민을 명분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