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원회 관계자 '증인신문' 불구 혐의 입증 실패"합병 시너지효 의심 여지 없어…허위 보고서 주장 사실과 달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0차 공판이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20일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유상현 전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이 증인석에 앉았다.

    오후 공판에 출석한 유 전 실장은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삼성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린 인물이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을 찬성한 과정에 청와대와 삼성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삼성->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따라 의결권 행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유 전 실장을 상대로 투자위 구성 배경과 의결권 행사 과정, 청와대와 삼성의 개입 여부 등을 집중 확인했다.

    우선 유 전 실장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투자위가 열리기 전 "삼성 합병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어떻게 하지"라고 말한 것에 대해 단순한 절차 과정에 따른 고민이었다고 진술했다.

    유 전 실장은 "당시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이해했다. 투자위의 결론을 염두한 발언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단순히 회의 절차와 과정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본부장이 투자위 결정을 앞두고 위원들의 의중을 살핀 후 찬성표를 이끌어내려 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과 채준규 전 리서치 팀장이 강조한 삼성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조작된 보고서를 통해 위원들의 찬성 결정을 유도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홍 전 본부장 등이 리서치팀으로 하여금 합병으로 2조원 가량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고, 허위로 작성된 보고서가 회의자료로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 전 실장의 증언이 시작되자 특검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유 전 실장은 당시 위원들이 시너지효과 뿐만 아니라 엘리엇 사태와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시너지분석 자료를 확인할 당시에도 조작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몇몇 위원들은 시너지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증언해 특검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에서 결정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서는 "전문위를 배제한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다른 위원들로부터 홍 전 본부장의 외압이나 설득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 전 실장은 투자위 회의 종료 후 홍 전 본부장이 위원들을 30분 가량 대기시킨 것이 '고위층과의 통화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이 마무리 된 시점이라 상급기관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측했다"고 답해 청와대의 개입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오전 공판에 출석한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역시 합병과 관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해 특검의 공소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

    최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소관 업무를 잘 챙겨보라는 일반적인 말씀이었다"며 "평상시에도 현안을 잘 챙길 것을 지시하셨다. 통상적으로 자주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한편 오는 21일 열리는 31차 공판에는 홍완전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홍 전 본부장을 상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과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