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제 면한 단지, '반사이익' 기대"입주권 제한… 2가구 이상 보유자 매물 쏟아질 것
  • ▲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전경. ⓒ연합뉴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재적용된다. 최근 부동산시장 이상 과열 진원지였던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상승 동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재건축 조합원의 '입주권 제한' 카드까지 더해지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러면서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끝물'을 노린 투기세력이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6·19대책 발표 당시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되지 않은 재건축 사업장에서 대해서는 부담금이 부과될 것"이라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 추가 연장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정부가 개발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아파트 단지마다 차이가 크지만, 향후 집값상승 여부와 일반분양 수익에 따라 조합원들이 수백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이르는 '부담금 폭탄'을 낼 수 있어 재건축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앞서 이 제도는 주택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2006년부터 시행됐지만, 막상 재건축사업 발목을 잡으면서 사업이 중단되는 역효과가 발생해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를 취지로 두 차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을 개정, 부담금 부과를 올해 말까지 유예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속도가 느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는데도 계속 가격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에서 1~4위를 기록했다. 강동구가 6월 초까지 5.91% 오르면서 서울시내 25개구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송파구 3.25% △강남구 2.65% △서초구 2.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매매가가 10% 이상 올랐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둔촌주공 1단지 전용 88㎡는 최근 10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1년새 1억7000만원 이상 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아예 폐지하거나 추가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부과 면제기간을 올해 말에서 2020년 말까지로 3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지난 14일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선호 실장은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있겠지만, 정부로서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추가 유예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검토할 예정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규제를 피한 단지를 대상으로 한 투자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잠실주공 5단지와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속도가 느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지만, 지난 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개포주공 4단지와 건축심의 통과 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포주공 1단지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재건축시장이 계속 활성화됐던 이유는 연말에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지로 유동자금이 몰리면서다"라며 "이번 대책으로 인해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거나 임박한 단지는 거기에서 배제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반사이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이 리얼투데이 팀장도 "정비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곳에 대한 하락세와 함께 사업계획이 확정된 곳에 대한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꺼내 든 '입주권 제한' 카드도 투기세력 움직임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의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 수는 기존 3개에서 1개로 제한된다. 그동안 재건축 조합원은 과밀억제권역 내에서는 최대 3주택까지, 과밀억제권역 밖에서는 소유주택 수만큼 분양을 받으며 투자에 활용했다. 특히 일반분양보다 매입가가 낮다보니 조합원 물량 확보는 '재건축 투자의 지름길'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정부의 '투지수요 원천 차단' 의지는 분명해졌다. 종전 소유주택의 가격 또는 주거 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1주택을 60㎡ 이하로 할 경우 예외적으로 2주택까지 허용하기로 했지만, 차익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의 재건축 투자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당 규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이달 중 발의되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오는 9~10월 개정안이 시행되면 그 이후 신규로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는 조합부터 적용된다. 시장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가구로 입주권을 제한하면 나머지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청산하거나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며 "가족 구성원 명의로 다수의 아파트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잠실동 A공인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한 단지 내 2~3가구를 보유한 조합원들이 꽤 있다"며 "이들이 물건을 내놓기 시작하면 투자세력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자수요 위주로 움직이는 재건축시장의 특성상 이번 규제들로 가격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민이 팀장은 "매매를 고민하고 있던 집주인들도 보유나 매각에 대한 빠른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며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 수 제한과 초과이익환수제가 동시에 시행되면 재건축 수익성은 더욱 낮아져 이제는 정비사업의 기간과 투자에 따른 신중한 손익계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