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직후 꾸준한 검토, '찬성' 유도 적극 부인홍완선 "합병 무산될 경우 더 큰 손해 가능성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부회장과 합병비율을 조정할 수 없게 되자 시너지 효과를 산출하라고 지시한 것 아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은 이와 같은 특검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21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본부장은 불리한 합병비율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시너지효과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삼성물산이 합병을 진행할 때 어느정도의 시너지가 나오는지 국민연금도 알아야하기 때문에 수치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너지 계산은 갑작스럽게 진행된 게 아니다. 합병 발표가 난 이후부터 검토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합병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보건복지부의 지시를 받고 합병 찬성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이 국민연금 내부에서 산정한 합병비율 1:0.46에 난색을 표하며 1:0.35를 제시하자, 비율 차이에서 오는 1380억원의 손해를 상쇄하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앞세워 2조원의 시너지효과를 급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채준규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은 특검 조사에서 비율차이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단순한 수식에 따라 2조원을 산정하고 10% 증가율을 하루 만에 도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특검은 국민연금 투자위가 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도 시너지 계량화 과정이 하루 만에 만들어진 것에 의문을 품었다.

    이에 대해 홍 전 본부장은 기존 업무에 밀려 뒤늦게 산출된 것일뿐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데이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산출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따라 붙었다.

    그는 "시너지 계량화 작업은 6월 말 지시했지만 합병 자료에 나오는 데이터를 리서치팀에서 제때 작성하지 못해 시간이 늦춰졌다"며 "하루 만에 수치가 계산된 이유는 유사한 형태의 민감도 분석 등 3년치 정도의 수치가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엑셀파일로 집어넣어 뽑으면 빠른 시간에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 합병비율 및 국민연금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합병 찬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하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합병에 반대할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가 급락해 국민연금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홍 전 본부장은 "기금자산의 수익성, 합병 무산시 발생할 손실 가능성, 시너지, 시장반응 등을 고려해 찬성하는게 기금증식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합병을 찬성함에 따라 주가상승 이외에 장기적 주주가치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