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 합병 과정 '부정한 청탁, 대통령 개입 없었다' 진술만 나와"국민연금 의결권 파악 통상적 업무…조직적 개입 찾아 볼 수 없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청와대 관계자 7명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대통령의 지시와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언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2차 공판이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510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노홍인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앞선 공판에서 청와대 관계자 6명을 증인으로 불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입여부를 집중 추궁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되려 윗선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언만 수 차례 나오며 특검의 위기감은 고조된 상태였다.

    특검은 삼성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청와대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해 물산 합병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과 암묵적 합의관계를 맺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과 경제수석실이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했다는 논리다.

    노 전 행정관에 신문도 이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노 전 행정관은 물산 합병을 알아보라는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지시를 부하직원인 김기남 전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바 있다.

    따라서 특검은 최 전 수석이 물산 합병을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린 배경과 경위, 구체적인 내용 등을 확인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추궁했다.

    특검은 노 전 행정관의 지시를 받은 김 전 행정관이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 백진주 사무관 주고 받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에 주목했다. 윗선의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과정을 파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전 행정관은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언론보도에 따른 물산 합병의 포괄적인 사항을 파악하라고 지시했을 뿐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최 전 수석 역시 연이은 언론보도로 관련 사항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이지 방향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 전 행정관은 "아침에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 들어가 언론동향을 보고하면서 '물산 합병과 관련된 기사가 나왔다'고 말씀 드렸더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국민연금 의결권에 관련된 파악이라기 보다는 물산 합병과 관련한 포괄적인 내용을 파악하라는 지시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저는 메르스 사태 때문에 합병과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며 "물산 합병과 관련해서는 단 한 차례 보고한 이후 챙기지 않았다. 최 전 수석 역시 따로 지시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산 합병과 관련해 찬성 유도를 지시받거나 지시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합병 찬성을 유도했다는 특검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지시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맞섰다. 최 전 수석의 동향파악 지시를 통상적인 업무로 받아들였을 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라 느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이 전문위를 열지 않고 투자위에서 찬성 결정을 내린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에는 "투자위를 거치고 전문위를 간다는 프로세스를 김 전 행정관으로부터 설명들은 적은 있다"며 "투자위서 결정된 사안이 전문위서 번복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냐는 발언은 있었지만 찬성을 유도하거나 압력을 가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노 전 행정관의 증언에 대해 변호인단은 환영의 뜻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전 수석에게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는 특검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대통령이 최 전 수석에게 물산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지시를 받은 최 전 수석이 노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의심하는데 이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노 전 행정관은 언론동향 보고를 받은 최 전 수석이 물산 합병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증언하고 있다. 이 또한 공개된 회의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면 이같은 상황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김 전 행정관은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자료를 받아 윗선에 보고했다"며 "합병이 성사되록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이정도로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후 공판에는 안계명 마사회 본부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정유라 단독지원에 불만을 품고 귀국한 박재홍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의 직속상관으로 삼성의 승마지원과 관련된 사안이 확인될 전망이다. 

    또 김신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주주들을 찾아가 찬성을 요청한 인물로, 특검과 변호인단은 물산 합병과 관련된 사안을 신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