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익사업 ‘왜’ 보다 ‘어떻게’를 고민해야

[취재수첩] 소방병원 건립기금 수년째 방치, 서로 남 탓

차진형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6.23 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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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은행권이 사회공익을 위해 마련한 돈이 수년째 잠자고 있다. 바로 소방병원 건립 기금으로 마련된 332억원에 대한 행방이다.

이 기금은 지난 2013년, 은행권 노사가 당시 임금인상분의 0.3% 걷어 조성된 자금으로 소방공무원의 화상 치료를 위해 사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계부처인 국민안전처의 실행력 부족으로 국회 법률안 마련에 실패하고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사업은 무산됐지만 기금은 해체되지 않고 새로운 사용처를 찾고 있다. 기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은행연합회 사용자협의회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두 조직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 해체에 따른 불만으로,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장 인선 문제를 거론하며 공익기금 사용처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용산소방서를 방문하면서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과 함께 소방병원 건립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군인을 위한 국군병원, 경찰공무원을 위한 경찰병원,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병원 등이 운영 중이지만 소방공무원을 위한 병원은 없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무수행 중 화상 피해를 입은 소방공무원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병원이나 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된 민간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여의치 않다.

실제 소방공무원의 경찰병원 이용률은 2%에 불과하다. 이는 경찰병원이 경찰공무원을 위한 병원이다 보니 실제로 진료를 받기까지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민간병원 역시 진료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큰 부상이 아닐 경우 참고 견디는 게 보통이다.

은행권 노사가 소방병원 건립 기금을 마련한 이유도 앞서 설명한 소방공무원의 의료 혜택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예산 문제나 국회 관련 법 통과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굳이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고 한창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지금, 기금 사용처를 다시 선정할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해 볼 문제다.

오히려 은행연합회, 금융노조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아 기금 사용처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도움이 필요한 손길에 온정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 성과연봉제로 인해 풀지 못했던 은행권 과제도 서로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할 시기다.

변명만 늘어놓기엔 올해도 벌써 반이나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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