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마케팅, 과감한 투자, 결단력 3박자 갖춰올해 95세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 ▲ 지난 5월3일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임직원들이 꽃다발을 증정하고 있다. ⓒ롯데
    ▲ 지난 5월3일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임직원들이 꽃다발을 증정하고 있다. ⓒ롯데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24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결과, 임기가 만료된 신 회장이 이사직을 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명예회장은 말 그대로 상징적인 직함일 뿐 결정권이나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실상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그룹 창업주로 사업을 시작해 한·일 롯데의 총괄회장으로 70년을 함께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기까지 롯데에 남긴 발자취를 조명해봤다.


    이번 롯데홀딩스 이사직 퇴임으로 70년 만에 롯데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 신 명예회장은 그동안 '맨손의 거인'으로 불리며 한·일 양국에 굴지의 기업을 만든 1세대 창업주다.


    1922년 10월 경남 울산 삼남면에서 5남5녀 중 맏이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 배움을 열망, 1942년 일본행을 택했다. 신문과 우유배달 등의 일을 하면서 일본 와세다 대학까지 고학했다. 그는 1944년 시작한 첫 사업이 폭격으로 전소되는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군수공장에서 비누를 만들며 사업가의 길을 이어갔다.


    신 명예회장의 사업가 기질이 빛을 발한 것은 '껌'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미국이 일본에 주둔하자 껌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껌이라면 없어서 못 팔던 시기에 큰 돈을 모은 신 명예회장은 드디어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법인사업체를 만들게 되는데 이 회사의 이름이 바로 '롯데'다.


    당시 문학에 심취했던 신 명예회장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롯데'라는 이름을 따온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일본 어린이를 타깃으로 대나무 대롱과 껌을 함께 포장해 풍선을 불 수 있도록 하고, 껌 포장 안에 추첨권을 넣고 당첨자에게 당첨금을 준다는 광고를 내놓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의 마케팅 기법은 사업에 수익성을 더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초콜릿시장의 성장성을 미리 내다본 신 명예회장은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자와 시설을 들여오면서 일본 초콜릿시장을 장악했다. 이는 롯데가 종합메이커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듭했다.

  • ▲ 신격호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롯데그룹
    ▲ 신격호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롯데그룹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의 꿈은 조국인 대한민국에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신 명예회장은 1967년 대한민국에 롯데제과를 설립, 모국 투자를 시작했다.


    롯데제과에 이어 롯데그룹은 1970년대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전했다.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산업의 현대화 토대를 마련했다. 또 호남석유화학과 롯데건설 등으로 국가 기간산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특히 신 명예회장에게 롯데월드타워는 떼어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신 명예회장의 기업보국 이념 아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건설한다는 자부심으로 추진해온 사업이기 때문.


    1987년 사업지 선정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30년 만에 완성된 롯데월드타워는 지난 4월3일 롯데 창립50주년을 맞아 첫 선을 보였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 국내 최고층 빌딩이며, 총 연면적은 80만5872㎡로 이는 축구장 115개를 합친 크기와 같다. 


    당시 개관식에 참석하지 못한 신 명예회장은 그로부터 한달 후인 5월3일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해 롯데 임직원들에게 벅참 감동을 선물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롯데 경영비리 의혹으로 오너 일가를 겨냥한 공판이 진행 중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 명예회장이 퇴진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한테도 아쉬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70년 역사와 함께한 신격호 시대는 막을 내리지만 신동빈 회장과 함께하는 롯데그룹의 2막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현재 2세 경영자로서 기업 내부를 재점검 하고, 그룹 쇄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지주사
    전환 등 기업 재편작업을 중심으로 한·일 롯데그룹의 '신동빈 체제' 구축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 ▲ 자료사진.ⓒ롯데그룹
    ▲ 자료사진.ⓒ롯데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