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대학병원장 출신 최근 병원 앞 개원하며 환자몰이…알음알음 퍼진 풍속도 "치열해진 경쟁에 젊은 의사에 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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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병원에서 정년을 채운 교수들이 다양한 방식의 전관예우로 불공정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P대학병원장 출신 A교수는 P병원 인근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원했다.


    P대학병원에서 오랜 시간 진료를 보며 고위직을 겸임했던 A교수가 병원 앞 3분 거리에 개원한 것을 두고 일종의 '전관예우'라는 말이 나온다.


    제자·후배 인맥을 통해 해당 대학병원을 찾은 경증 진료 환자들을 정년 교수에게 가도록 추천하거나 전원하는 방식으로, 이미 대학병원가에서는 흔한 일이다.


    대학교수의 정년은 만 65세로, 정년 후 의료기관을 개원해 치열한 생존경쟁에 뛰어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암암리에 이같은 일이 이뤄지는 이유다.


    퇴임하면서 자신의 진료과에 친분이 깊은 후배 의사를 말그대로 '심어놓는' 일도 종종 있다.


    과거 서울시 K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수술로 이름을 날린 B교수는 자신이 친한 젊은 의사 2명을 뽑아놓고 나갔다. 입소문을 듣고 환자가 찾아오면 B교수의 실력을 추천하며 알게모르게 환자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유명 의사를 찾아가는 의료 특성상 새 둥지를 틀며 환자를 몰고다니는 것은 흔히 목격되는 일이다.


    서울시 Y대학병원에서 퇴임한 한 내과 C원로교수는 병원 바로 근처에 개원하며 자신을 찾던 환자들이 병원을 옮기게 만들었다. E대학병원 D교수가 병원 바로 앞 개원한 내과 의원 역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보며 유명세를 떨쳤던 E교수는 E대학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암환우회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환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공공연한 전관예우가 단순 소개 형태의 환자 유인행위 등으로 국한될 때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4월 서울대병원과 연세세브란스병원의 의사 40명은 돈을 받고 응급수술 환자를 중소병원에게 소개해준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 있다가 관련되는 수탁병원에 가서 자리잡고, 함께 근무했던 선배 교수들이 개원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그곳을 추천하는 것은 암암리에 많다"면서도 "금전적인 거래가 없었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공정성 측면에서는 다른 말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과거만큼 노골적인 모습이 자주 보이진 않는다"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전관예우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암암리에 존재하는 일종의 전관예우가 공정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갈수록 수명이 길어지면서 의사들 역시 정년 후를 고민하게 된다"면서 "후배들은 맨땅에 헤딩을 한다면 시장에 뛰쳐나온 의사들이 자신의 무형적인 힘을 이용해 시장을 좀더 쉽게 차지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 의사 타이틀의 약발도 예전같지 않은 게 사실인지라 1, 2년 정도 간다"면서 "이 역시 전관예우의 마지막 형태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우성 이인재 변호사는 "퇴직 판사의 예처럼 퇴임 후 근무했던 대학병원 근처에 의료기관을 일정기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진입장벽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도 혹시 모를 불공정한 전관예우를 막는 방법"이라면서도 "다만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바뀌면 불편한 점 등 의료의 특성상 단순한 비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