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미래·NH·삼성·KB 등 5개社TF출범·계열사 협업·시스템 개발 등
  •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각사만의 장점을 살린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5개 증권사는 IB 사업을 위한 전담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전사적 역량을 투입 중이다.

    이들은 자체 기술 확보, 투자자금 유치, 계열사와의 시너지 등 각자의 장점을 강조하며 ‘IB 대전(大戰)’에서의 사전 기선제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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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뉴데일리DB

     


    ◆ 고무적인 1분기 실적 ‘자신만만’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업계 최고 실적을 달성하면서 하반기 IB 사업에서도 ‘승기’를 다질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3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4% 늘었다. 2위인 미래에셋대우(1101억원)보다도 200억원 가량 높다.

    이 기간 IB 분야에서도 긍정적 성적표를 받았다. 올 1분기 한국투자증권의 IB부문 수익은 315억원 수준으로 전체 순익 중 10.7%에 달했다. IPO도 5건을 주관했으며 수수료 기준 29.7%로 시장점유율이 업계 2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 취지상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역량이 운용 성과를 판가름할 것”이라며 “운용 성과를 고객과 나누는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종합금융투자실 TFT을 신설하고 단기금융업 인가, 발행어음 준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실은 당국에 IB 사업 인가 신청을 내고 막바지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 대표 직속 추진단으로 준비 ‘일사불란’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하반기 최현만 대표이사 직속의 초대형투자은행 추진단을 신설하고 채병권 IB본부장 상무를 선임하며 발빠르게 준비에 나섰다.

    채 본부장은 합병 전 대우증권 시절인 2013년부터 IB본부장으로 근무해 온 전문가다. 통합 후에는 창업추진회에 참여한 인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IB 사업의 청사진으로 한국판 ‘골드만삭스 머천트은행(MBD, Merchant Banking Division)’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의 우량기업, 부동산 등 양질의 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MBD의 투자기법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가 해외에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네트워킹과 딜 소싱 역량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6개국으로 가장 많은 국가에 그룹사를 진출한 미래에셋은 이 투자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IB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장기적 계획을 갖고 있다.

    ◆ 자체 신용관리 시스템 등 기술력 도입한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자체 시스템 개발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최근 기업의 신용리스크를 자체적으로 측정한 ‘내부등급법’을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부등급법은 당국에서 사용하는 표준 방법과 달리 부도율·부도시손실률·익스포져 등 리스크 측정 요소를 활용해 위험 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시스템 작업에만 1년여가 걸린 이 방식은 내부적인 데이터 축적, 모형검증 등을 거쳐 오는 2020년까지 당국 승인을 받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IB비즈니스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 신용공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초대형IB 사업을 위한 데이터 관리 체계 개선에도 나섰다.

    NH투자증권 역시 최근 전략투자운용부를 신설했다. 기존 IB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를 재편한 전략투자운용부는 단기금융업 인가 및 어음 등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 PBS로 ‘투자자금 유치력’ 앞세운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최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에 가입한 헤지펀드 잔고가 3조원을 돌파하며 자금 동원력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대해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대여, 자문, 리서치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다. 리스크가 높은 특성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IB 경쟁자들과 상대적 우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회사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PBS 잔고 3조는 나머지 5개 대형증권사의 평균 잔고인 1조4000억원의 2배 이상으로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삼성증권 측은 PBS 자체가 금융당국이 한국형 IB 육성을 위해 도입했다는 점과 운용·IB 등 종합적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초대형 IB의 ‘전초전’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발행어음 등 관련 신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만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 KB국민은행 네트워킹과 ‘시너지’ 노리는 KB증권

    합병 후 은행업계 1위인 계열사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로 올 1분기 10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KB증권은 IB 사업 역시 은행과의 협업 효과에 강점을 두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의 증권 소개영업 자산이 1조원을 돌파하며 전년 한 해 실적인 9246억원을 석달 만에 뛰어넘은 바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국민은행 네트워크를 영업력에 활용, 고액 자산가 및 기관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KB증권은 KB금융 계열사들과 협업 체계로 기업투자금융(CIB) 조직을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 여의도 KB금융타워에서는 KB증권과 KB국민은행의 IB사업 부문을 집합하며 물리적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KB증권이 강점을 보여 온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타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KB증권은 1200억원 규모의 호주 바이오에탄올 공장 건설을 주선하며 글로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국민은행과 협력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