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맞물려 도입 탄력…병원·의료계 "공공의료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공단 제2병원 설립 명분 없다" 비판
  • ▲ ⓒ공단 일산병원
    ▲ ⓒ공단 일산병원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기조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숙원 사업인 제2보험자 병원 건립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대로 의료계와 병원계는 별도의 보험자병원 설립 명분에 물음표를 보내고 있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가 자문위원회는 간호간병서비스 운영 실태 파악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일산병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국가자문위원회 측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 기조에 따라 제2보험자 병원 설립에 대해 적극 공감을 표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린이재활병원 설치 공약과 맞물려 공단 일산병원의 제2보험자병원 설립이라는 숙원사업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인 것.


    건보공단 일산병원은 지난 2000년 진료 수가 등 정책 설계 목적으로 설립돼 지난해에는 1일 최대 외래인원 4300명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은 단일 보험자병원인 일산병원 외에도 복수의 보험자병원을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의료수가와 비급여 진료비 등의 적정성을 산출하겠다는 명분으로, 10년 가까이 제2 보험자 병원 설립 군불을 떼왔다.


    건보공단 제2 보험자병원 건립은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지면서 연초 이를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도출하는 등 더욱 박차를 가해왔다.


    제2보험자병원 설립 연구용역보고서에는 재활병원 등 특수 형태의 보험자병원을 추진하고, 방안으로는 일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을 흡수하거나 신설하는 방식 등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일산병원 검토 소식에 공공의료가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대토조건 제안이 들어온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제한된 지방 재원으로도 양질의 병원을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이 공업도시인 울산 지역이지만 이미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 유치가 추진되고 있어 고민의 지점이 있다.


    정부와 여당도 제2 보험자병원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며 방향 설정에 나선 단계이지만 건보공단이 최우선으로 바라는 대형병원급 신설 방식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여당 관계자는 "검토 시 '수도권', '대형병원' 이 두 부분은 안 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면서 "기존 병원을 인수해 지역사회 내 거점병원을 만들거나, 다양한 형태의 중소병원을 샘플링한다는 선에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의료 강화 동의, 그러나 공단 일산병원이 대체 왜?"


    병원계와 의료계는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취약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보험자병원이 그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이다.


    병원계를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당초 공단 일산병원은 의료수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목적에서 설립됐지만 지금은 지역사회 병원들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의료의 강화를 대체 왜 건보공단 일산병원의 추가건립을 통해 하려고 하느냐"면서 "처음 명분도 퇴색된 상황에서 또다른 병원을 더 만든다는 것은 병원계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보험자병원 건립에 사활을 거는 것은 공공의료 확장을 빌미로 세 확장을 노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산병원 임직원 자리 일부는 건보공단 퇴직자들이 가는 자리라는 게 정설이다. 예컨대 건보공단 주요 이사 자리가 보건복지부 출신 관료의 몫인 것과 같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산병원의 지속적인 적자에 대해서는 국회에서도 꾸준히 지적해왔던 부분"이라면서 "공공의료의 강화를 명분이라지만 여러모로 공감할 수 없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새 정부의 공약과 맞물려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면으로 오픈되진 않았다"면서 "워낙 병원과 의료계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밀고나가기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