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위한 방문객차단 조건에 스크린도어 설치하는 대학병원들"간호간병서비스 안착 못한 현실 모르는 보여주기식 정책"…복지부는 나몰라라
  •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감염관리 대책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대학병원마다 스크린도어 설치, 왜?


  • 주요 대학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변화에 따라 입원실 방문객 차단을 위한 스크린도어 설치에 나섰다. ⓒ뉴데일리
    ▲ 주요 대학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변화에 따라 입원실 방문객 차단을 위한 스크린도어 설치에 나섰다. ⓒ뉴데일리


    최근 대학병원 입원병동마다 일종의 방문객 차단벽인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들의 타이틀매치인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기준에 방문객 차단 정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상급종병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으로, 정부는 3년마다 일정 기준을 통해 지정하고 있다. 현재는 43개 대학병원이 지정돼 있다.


    주요 대학병원들은 상급종병 지정에 사활을 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선도적 의료기관'으로 인식되는 명예뿐 아니라, 종별가산율 제도로 상급종병에서는 건강보험 진료비가 30% 가산돼 병원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


    제3기(2018~2020년) 상급종병 지정 평가 기준은 감염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2015년 국내 대학병원들의 감염관리 수준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던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감염관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병문안 문화개선 체계 기준이 신설돼 병문안객 통제시설을 구비하도록 했다. 대학병원 곳곳에 이미 설치됐거나 공사 중인 '스크린도어'가 대표적인 통제 시설이다.

    해당 기준에 대한 가점은 3점. 빅5 대학병원들에 비해 변별력이 떨어지는 중형 대학병원들에게는 지정 당락이 좌우될 만큼 영향력 있는 점수다. 상급종병 재지정에 목숨을 건 대학병원들이 수억원씩 비용을 들여가며 스크린도어 설치에 나선 이유다.


    ◆"전형적인 탁상행정, 감염관리 한다면서 온실에서 병균 키우는 꼴"


    상급종병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대학병원들은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서도 정작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스크린도어를 통한 방문객 차단만으로 병실 내 감염관리가 이뤄지려면 제대로 된 간병제도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간호인력의 부족 문제로 환자들은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보호자가 직접 간병하고 있어 병원의 감염관리는 사각지대였다. 메르스 당시도 병원내 감염이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간호사가 입원병상의 전문 간호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메르스 사태 이후 상급종병에까지 확대·적용하기로 했지만 간호인력이 부족해 사업은 사실상 답보 상태다.

    여전히 국내 대학병원 병실은 간병인과 환자의 보호자들로 꽉찬 현실이다.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이번 스크린도어 설치 규정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고위관계자는 "스크린도어 설치가 겉으로 보면 그럴듯 하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촌극에 불과하다"면서 "환자와 감염관리 전문가인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인과 보호자까지 꽉꽉 들어찬 입원병동을 격리해 바이러스를 숙성시키겠다는 꼴이다. 환자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감염 온상에 환자를 가둬놓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는 규정에도 대학병원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직 상급종병 재지정 기준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최소한의 효과 기대"…일 벌려놓고 병원에 떠넘기는 복지부

  • 보건복지부는 방문객을 통제하는 최소한의 효과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간호간병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방문객 제한만으로는 감염관리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밀려들던 방문객을 통제하지 못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현실적으로 100%의 감염관리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 개선 정도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더욱이 간병인과 보호자와 관련한 스크린도어 내부 감염관리에 대해서는 병원에 떠넘길 뿐 이렇다 할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병인은 병원이 아닌 환자 개인에 의한 사적 고용 형태로 간병인 관리를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병원이 알아서 관리할 일"이라고 공을 넘겼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는 "정부가 감염관리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실제 감염률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맞물려 진행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 고민이 부족하다"면서 "스크린도어 설치 외에도 간병인과 보호자가 상주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탈의 및 식사공간, 감염교육 등 다양히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차단벽이 메르스 사태 같은 유사 시 감염전파 차단의 분명한 도구는 될 수 있겠지만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수억원씩 들여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비용을 방문 문화 인식 개선에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