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롯데, SK 등 대기업 우호적이었다""출연이든 기부이든 저는 돈만 받는걸로만 알았다"
  • 신동빈 롯데 회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 박근혜 2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 박근혜 2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죄 혐의 27차 공판에서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출연한 경위에 대해 강요였는지, 기부였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30일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과 박헌영 전 과장을 증인으로 불러 그의 업무수첩을 중심으로 혐의를 추궁했다.


    롯데의 뇌물공여 의혹이 주요 쟁점사항인 만큼 이날은 신동빈 롯데 회장도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 회장이 나란히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것은 지난달 23일 1차공판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법정에서 직접 답변하지는 않았다.


    이날 신동빈 회장 측은 "첫 기일에 밝힌 혐의 인정여부 등에 대해 변경할 것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없다"고 답해 종전 혐의 부인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 측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은 지난해 롯데그룹으로부터 하남 거점 체육시설 공사 대금으로 75억원을 지원받으려 했다. 당초 부영그룹이 지원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2월 부영 측의 세무조사 중단 요구로 틀어지면서 지원사가 부영에서 롯데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 전 과장은 "최순실의 지시로 롯데와 SK 등 여러 그룹을 찾아갔고, 당시 기업에서 오히려 호의적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작성한 5대 거점 관련 기획안에 대해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 해 예산총액란을 최순실 지시로 짜맞춘 것"이라고 털어놨다. 


    검찰은 지난해 3월22일 고영태와 함께 이석환 롯데 상무와 미팅에 참석 후원가능 여부 및 금액 타진을 협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과장은 "롯데그룹 측은 K스포츠재단이 제시한 75억원의 절반 가량인 35억원 지원 의사가 있으나 협의 후 알려주기로 했다고 본인의 수첩에 기재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4월 롯데그룹 측에서 75억 전액 지원 통보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롯데가 자금 지원 규모나 일정 관련해서 미루거나 비협조적인 적이 있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5월 말까지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박 전 과장은 이 내용을 수첩에 그대로 적어뒀다는 것이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은 롯데그룹으로부터 5월 내 75억원이 아닌 70억원을 받았고, 6월14일 전 다시 롯데에 반환했다.


    이에 대해 최순실 변호인 측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보낸 70억원이 최씨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는지 기부였는지 따져 물었다.


    최씨 변호인은 이석환 롯데 상무와의 미팅이 "사업계획에 대한 자금을 요구하는 자리였다"는 박 전 과장의 증언에 "증인이 말하는 것을 보면 요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검사가 돈을 요구했다고 질문하면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식인데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씨 변호인은 박 전 과장에게 "70억원 추가출연이라면 기부인가, 증여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박 전 과장은 "법적인 관계는 모르겠고, 출연이든 기부든 저는 돈을 받는 걸로만 알았다"고 대답했다.

     

    박 전 과장은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업무수첩을 뒤늦게 검찰에 증거로 제공한 이유에 대해 "이는 증거인멸죄가 될 수도 있다"고 다그쳤다. 그러자 그는 "죽을까봐 갖고 있었다.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최씨와 함께 기소됐지만 그동안 재판이 분리돼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던 신 회장은 내달 6일부터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