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해말~내년초 재협상 제안할 듯…자동차·철강업계 긴장 전문가들 "美 강세인 서비스 분야 해법 찾아야"

  •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그림자가 한반도에 자욱하게 자리를 잡았다. ⓒ 뉴데일리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그림자가 한반도에 자욱하게 자리를 잡았다. ⓒ 뉴데일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그림자가 한반도에 자욱하게 자리를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의지를 연거푸 밝히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 간 합의 외의 이야기"라며 재협상론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한미FTA 규정에 따르면 재협상은 언제든 열려있다. 

한미FTA 협정문에는 한 쪽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이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규정돼 미국이 요구할 때는 우리나라는 언제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한 쪽이 협정 종료를 선언하면 180일 뒤에 종료되는 규정도 있다. 

협정문 제 24.5조에 따르면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한미FTA의 재협상이 아닌 종료를 선언한다면 6개월 뒤 협정은 '없던 일'이 되는 셈이다.

  • ▲ ⓒ 한미FTA 협정문
    ▲ ⓒ 한미FTA 협정문


  •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미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으로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또 "무역협정 체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2배가 돼 좋은 협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수차례 한미FTA에 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지만 정작 한미 공동성명에는 한미FTA와 관련된 명시적인 내용이 빠졌다. 이를 두고 동맹국에 대한 막대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이번 공동성명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무려 7시간이 지나서야 공개됐다. 막판 협상 과정서 미국은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된 문구를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우리 측의 거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간 합의사항이 아닌 한미FTA 재협상을 수차례 강조한 것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 계층을 의식한 처사라는 분석이 많다. 

    과거 미국 자동차·철강 산업의 메카였던 '러스트 벨트' 일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지지지역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콕 집어 말한 이유다.

  •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그림자가 한반도에 자욱하게 자리를 잡았다. ⓒ 뉴데일리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그림자가 한반도에 자욱하게 자리를 잡았다. ⓒ 뉴데일리


  •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 의지를 밝힌만큼 한미FTA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시절에도 한미FTA 개정 문제를 거론해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언급이 재협상 절차의 개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국내법상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90일간 의회 토론을 거친 뒤에야 우리 정부에 서면으로 재협상을 요청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추진 서한을 의회로 보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초까지 나프타 재협상을 종료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미FTA 재협상은 내년께 이뤄질 공산이 크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우리나라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 대한 압력이 더욱 가중될 공산이 크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은 한미FTA 발표이전인 2011년 89억만달러에서 2016년 160만 달러로 80%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미국의 한국 수출은 3억8100만달러에서 17억3900억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대미 수출 규모는 우리나라가 크지만 증가 속도는 미국이 훨씬 더 빠른 상태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비해 우리나라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서비스 분야 등에 관한 전력적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심재권 의원은 "상호 호혜적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협상에 응해야 한다"면서 "현재 한미 FTA가 우리나라와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잘 운용되고 있다. 우리가 수출입 부분에 조금 이문을 보고 있고, 미국은 서비스 부분에서 압도적 이문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