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내정자, 30년간 사회복지 연구해온 전문가…국회·의료계는 기대 속 우려감
  • 문재인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사회복지 전문가가 내정되면서 당분간 정책 추진 방향성은 복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복지부 장관에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박능후 교수를 지명했다.


    ◆30년간 사회복지 연구…삼천회 멤버로 文과 인연

  • 박능후 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거의 30여년 간을 사회복지 분야 연구에 매진해온 학자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6년 보건복지부 전신인 보건사회부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연구참사로 공직에 입문한 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사회보장연구실장을 역임하며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장려세제, 국민연금 등 국내 굵직한 사회복지 정책들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관여했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에는 복지부에 연구원 신분으로 1년 동안 파견근무하며 제도 설계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인연은 故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시작한다. 박능후 내정자의 부친이 노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시절 은사였고, 그 인연으로 노 前 대통령과 만남이 이뤄졌다. 이를 잊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박 내정자를 초청해 함께 식사했고,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시작됐다.


    박능후 내정자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지지 모임인 '담쟁이포럼'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제18대 대선 패배 직후인 2013년 2월 발족한 심천회 멤버로 활동했다. 이후 4년간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며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며, 문 대통령의 복지공약 역시 이 모임에서 구상됐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의 주요 복지공약으로는 ▲노인연금 확대 ▲아동수당 신설 ▲건강보험 보장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청와대는 박 내정자의 인선과 관련 "국민기초생활보장, 최저생계비, 실업 등 사회복지 문제의 학자이자 전문가로, 정책은 물론 현장 식견도 탁월해 현안이 산적한 보건복지부를 지휘할 적임자"라면서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 정책 수립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 의료공공성 강화 등 새 정부의 복지 공약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국가 발전의 두 축은 건전한 시장체제와 튼튼한 사회안전망"이라며 "제가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모든 국민이 현재의 결핍과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구축하는 데 진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 국민 누구나 필수적인 의료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의료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 전문가 깜짝 인사에 국회·의료계 기대 속 우려감

    박 내정자 지명 소식에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간 하마평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의사 출신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이 유력 인물로 점쳐졌었기 때문.


    특히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설계해 이를 진두지휘할 적임자로 꼽혀왔던 게 사실이다. 오랜시간 땜질 처방식으로 보완됐던 보건의료정책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의료계는 물론 국회도 기대를 걸었었다.


    한 의료정책전문가는 "지금 시기가 몇가지 작은 정책 추진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면서 "큰 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이와 맞물린 보장성강화 정책, 현재의 지역분권적 건강관리체계 손질 등 큰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문가는 "누군가의 조언이나 설명을 듣고 하는 것이 아닌 장관 스스로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추진력과 의료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도 면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전문가는 "전문성 보완장치로 행정전문가인 권덕철 차관에게 기대거나 보건의료정책 이해도가 높은 장관 정책보좌관을 기용하는 정도가 있겠지만 그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당 관계자도 "그동안 의료정책이 급한대로 조금씩 뜯어고치는 형태로 되면서 여기저기 누수가 되는 지금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면서 "인사청문회를 감안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물론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여당 또다른 관계자는 "대선공약에는 보건의료 정책 만큼이나 굵직한 복지 공약들도 많다"면서 "소득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는 새정부 기조와 맞는 인물로, 오랜 시간 사회문제를 연구해온 만큼 현명하게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외의 결과이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 "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 활성화는 새정부의 공약사항으로, 복지전문가가 장관이 됐다고 해서 기조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이달 중순경 박능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전망이다. 박 후보자는 4일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내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