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디지털 조직 개편 선제적 단행해 현 체제 유지 '무게'국민·신한銀, 디지털그룹 신설 및 체계 구축 등 대대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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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게티이미지뱅크

    하반기 영업대전을 앞두고 은행들이 정기 인사를 실시한다. 디지털 금융 역량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 가운데 스타트를 가장 먼저 끊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4일 예년보다 많은 승진 인사를 배출하며 정기 인사를 실시했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대규모 조직 개편이 없는 부분이다.

    상반기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타행보다 빠르게 조직 개편을 단행한 만큼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 연임 후 지난 4월 기존 스마트금융그룹을 디지털금융그룹으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디지털전략과 신기술 테스트베드, 플랫폼 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금융그룹 산하에 디지털 전략부를 신설하고 빅데이터나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음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인공지능(AI) 뱅킹 소리(SORi)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타 은행들보다 선제적으로 조직을 개편한 덕분에 안정적인 체제를 발판삼아 새로운 서비스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디지털 금융 조직 개편을 타행보다 약 3개월 빠르게 단행하면서 이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 하반기까지 현 체제를 유지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첫 인사였던 우리은행의 인사는 소폭에 그쳤지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은행은 윤종규 행장이 지난 3일 조회사를 통해 디지털 금융환경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이번 정기 인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행장은 "디지털 시대에 1등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중심적으로,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은행이 돼야 한다"며 "디지털 경영 환경에 맞는 조직 체계를 구축하고 1등 직원을 양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행장은 "지시와 보고 중심의 수직적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실행 중심의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며 "하반기부터 본부 조직을 기민하고 실행력 있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은행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위해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만큼, 국민은행 역시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주 내 정기 인사를 단행할 신한은행도 이번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조직 개편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관련 부서를 한데 모아 디지털그룹을 만든 뒤 역량을 집중시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위성호 행장 취임 후 전통적인 금융이 틀을 벗어나 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리디파인(Redefine) 신한' 기조에 맞춰 이번 하반기 인사 키워드를 '디지털 혁신'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가 계속 되면서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결국 디지털 관련 서비스나 사업을 발굴해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