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기본급 5만원 인상과 성과급 900만원 제시노조, 고민의 흔적이 없다며 쟁의행위 조정 신청

  • 내우외환으로 위기를 맡고 있는 한국지엠(한국GM)이 노조의 파업 압박에 생사의 기로에 섰다.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려가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교섭 시즌이 다가오면서 노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노조는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지난 정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믿고 노조의 과욕이 도를 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한국지엠(한국GM) 노조가 눈길을 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했다.


    하루 전 노사간 임금협상 11차 교섭에서 사측의 제시안을 거부하고 진행한 일이다. 회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900만원을 노조에 제안했다.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에 처음으로 제시했던 기본급 2만9000원 인상과 얼마 뒤 성과급 600만원에 비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지난해처럼 시간을 끌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임단협은 첫 교섭 이후 130여일만에 잠정합의안이 타결됐다. 결국 ▲기본급 8만원 인상 ▲격려금 650만원 ▲성과급 450만원 등에 합의했다.


    올해는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파업이라는 무기로 장기전을 펼칠 조짐이다.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오는 6일과 7일 이틀간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가결이 될 경우 이르면 다음주부터 파업이 가능해진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한다면 위기에 처한 회사를 더욱 벼랑 끝으로 떠미는 꼴이 된다. 회사와 노조 모두가 공멸하는 셈이다.


    매년 노조의 파업은 관례화 돼 무디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 부담이 크게 느껴진다.


    당장 한국지엠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5311억원에 이르며, 최근 3년동안 2조원에 가까운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GM의 결정에 따라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한 것이 결정적이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의 3년간 수출은 대폭 줄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GM의 오펠 매각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내수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1~6월) 내수 판매량은 7만27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 신형 크루즈가 신차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랙스 역시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 등 새로운 소형 SUV가 등장하면서 판매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지엠을 이끌던 제임스 김 사장 겸 CEO가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직에 이어 상근직 대표까지 맡게 되면서 8월 31일부로 사임하기로 했다. 제임스 김 사장 개인이나 GM 차원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한국지엠 자체적으로는 새로운 선장을 찾아야 한다.


    한국지엠이 당면한 최대 현안인 판매 부진과 노사 교섭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해결할 적임자를 최대한 빨리 물색해야 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노조가 제임스 김 사장을 배제하고 교섭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핑계가 생긴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노사담당 이용갑 부사장이 실질적인 카운터 파트너이긴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 곧 회사를 떠날 제임스 김 사장보다는 신임 사장과 교섭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누적 적자가 커지고 있는 한국지엠이 자칫 회사 문을 닫기라도 한다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중노위 등 노동 관련 기관들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노조가 일방적인 약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너무 쉽게 단체 행동권을 부여한다면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문재인 정부에 있어 '무소불위' 권력으로 악용될 수 있다. 중노위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커졌다는 책임감을 갖고 신중한 조정행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