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공백 사태 새 국면… 정부 측 해결안 마련 시동
  • 김영춘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 김영춘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석 달 가까이 난항을 겪는 수협은행장 인선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3가지 대안 시나리오를 마련하라는 지시까지 직접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 시절에 들었던 것과 달리 수협은행장 인선의 꼬임이 수협측의 입장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했다는 후문이다.

    ◇ 행장 공백 84일째… 해수부 대응방안 마련 착수

    5일 Sh수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13일 이원태 행장이 퇴임하면서 이날로 84일째 행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번 주쯤 회의를 속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조만간 수협 행장 공백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수부 사정에 밝은 한 소속통은 "최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수협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공식보고를 받고 지난 4일 두세 가지 시나리오(대안)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해수부가 해법 찾기에 나서면서 사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수협 측 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행추위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장기 개점휴업에 들어간 것도 사실상 공을 새 정부에 넘겼기 때문이다.

    해수부가 대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친 후 행추위에 신호를 주면 행장 인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우선 수협 바람대로 16년 만에 내부 출신 행장을 인선하는 안이다. 이 경우 향후 감사추천위원회에서 외부 출신이 감사를 맡는다는 전제 조건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기됐던 '내부 행장-외부 감사' 빅딜이 이뤄지는 셈이다.

    두 번째 안은 이미 감사에 수협 추천 인사를 앉힌 만큼 관료 출신 행장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보고 후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수협에 적잖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당분간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수협은행은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수혈받았다.

    수협으로선 새 정부 들어서도 기류에 변화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공산이 크다. 다만 수협이 낙하산 후보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발언권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3안은 조건부로 내부 출신 행장을 뽑는 경우다. 기한이나 목표를 정한 뒤 실적이나 성과를 평가해 잔여 임기를 채울지, 외부 인사로 교체할지를 따지는 안이다.

    해수부는 대안 마련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행추위 내 정부 측 의견을 해수부가 주도권을 쥐고 독단으로 정할 수 없어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협이 산하 기타공공기관이긴 하나 공적자금을 생각하면 금융위에 비해 을의 위치 아니냐"며 "그동안도 세 기관이 협의를 통해 공동의 인식을 갖고 대처해왔다"고 강조했다.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초유의 행장 공백 사태 원인은 수협?

    일각에서는 초유의 행장 공백 사태 원인으로 김임권 수협회장의 잦은 입장 변화를 지적한다.

    정부에서 먼저 '내부 행장-외부 감사' 구도를 제안했을 땐 수용하지 않더니 뒷늦게 내부 출신 행장을 요구하며 외부 낙하산 반대를 외친다는 것이다.

    복수의 정부 측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해 수협은행 독립을 위한 수협 구조개편에 착수하며 수협에 차기 독립출범 은행의 행장은 내부에서 뽑을 것을 제안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구조개편 과정에서 공적자금 상환 등을 살펴야 하니 정부 측에서 독립 수협은행의 감사를 맡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당시 김 회장이 감사 자리에 내부 사람을 앉히겠다고 해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김 회장 결심에 따라 당시 이견이 있었음에도 감사에 (김 회장의) 추천을 들어준 것"이라며 "애초에 측근(강명석 감사)을 은행장을 시키고 싶었으면 사전 협의할 때 감사에는 다른 사람(외부 출신)을 앉히기로 조율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