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국민은행장, 매년 직원들 휴가 사용 권장신한은행, 장기 의무 휴가 기간 10→13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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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A씨는 올해 여름 휴가를 앞두고 스위스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일정은 무려 12박 13일. 평소 트레킹과 암벽타기를 좋아하는 A씨는 스위스 인터라켓 그림젤 계곡을 방문해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기며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계획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자 은행원들이 행복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은행들이 직원들의 '쉼'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주말 포함 최대 2주에 달하는 긴 휴가를 보낼 수 있어서다.

취임 후 매년 임직원들에게 휴가를 권장하는 윤종규 국민은행장은 올해도 재충전을 독려하고 나섰다. 


윤 행장은 "재충전이 필요하다면 연차를 포함해 휴가만큼은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며 "긴 휴가를 쓸 수 있는 것도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조직 운영의 지혜"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은행장이 앞장서 직원들의 휴가를 권하는 덕분에 국민은행 직원들도 상사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휴가를 쓰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여름 휴가는 5일이지만 연차휴가 5일을 추가로 사용해 총 10일을 쉴 수 있다. 여기에 주말까지 붙이면 거의 보름 동안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임원들도 직원들의 장기적인 휴가 사용을 권하는 내부 캠페인을 수시로 펼치고 있다. 

다만,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직원 간 휴가 기간은 겹치지 않도록 했다. 연초에 휴가 일정을 확정하고 무조건 휴가를 떠나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휴가 제도도 눈길을 끈다.

은행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장기 의무 휴가 제도 기간을 올해부터 10일에서 13일로 확대했다.

지난 2010년 모든 직원이 열흘을 의무적으로 쉬어야하는 웰프로(Well-pro) 제도를 도입했는데, 직원 반응이 좋아 올해 '웰프로2'를 시행하고 휴가 기간을 사흘 더 늘리기로 했다.

주말 포함 최대 19일의 휴가 기간을 보낼 수 있어 직원들이 부담없이 유럽이나 남미 등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도 리프레시 휴가를 통해 최대 15일의 휴가를 쓸 수 있고, 우리은행 역시 정기 여름휴가 5일에 개인 연차를 붙여 2주가 넘는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젊은 세대들이 직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을 중시하는 만큼 은행들이 장기 휴가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은행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과거처럼 높은 근무 강도를 요구할 경우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생산성과 효율성까지 낮아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근무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이나 대통령이 휴가를 다 쓰겠다고 직접 나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쉼'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은행들도 이를 적극 반영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