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 7일 쟁의 찬반투표 결과 '가결'현대·기아 노조, 협상 결렬 사실상 파업 준비 돌입아직 협상 중인 르노삼성·쌍용차, 불똥 튈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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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사진.ⓒ뉴데일리



    올 상반기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위기에 빠진 국내 완성차업계가 하반기 시작부터 노조 파업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한국지엠이 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르노삼성, 쌍용차에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20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의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1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소집해 파업 결의에 나서고, 13~14일쯤 전체 조합원 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에 앞선 지난 3일 쟁의조정을 신청해 파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오후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 결과, 총원 1만3449명 가운데 1만1572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919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률은 총원 대비 68.4%로 집계됐으며, 파업 단행까지 약 10일간의 조정기간이 필요한 만큼 이르면 17일 전후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 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고심에 빠졌다. 올 상반기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위기에 빠진 가운데, 하반기부터 노조의 대규모 파업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 ▲ ⓒ각 사
    ▲ ⓒ각 사



    상반기 현대, 기아, 한국지엠의 판매 실적은 모두 부진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내수판매 34만47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25만5843대에 머물러 전년 대비 7.6% 줄었고, 한국지엠도 7만2708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2% 역성장했다.

    문제는 3사 모두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신차 판매 등으로 반등을 노렸던 업체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소형 SUV  코나를 발판으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노조와의 임단협이 최종 결렬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올해 코나 판매 목표를 2만6000대로 잡고 소형 SUV 시장 1위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자칫 파업으로 신차효과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도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스팅어와 소형 SUV 스토닉으로 하반기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팅어의 초반 상승세는 무섭다. 지난 5월 출시 후 6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692대로 연간 목표 기준치의 20% 수준을 달성했다. 스팅어는 지난 4월11일부터 19영업일간 2700대 이상의 사전계약을 이룬 만큼 대기 수요도 많은 상태다.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물량 생산에 차질을 빚어 올해 목표 판매치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제임스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임과 주력 모델 판매 부진으로 이미 분위기가 다운된 상태다. 아직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 진행될 경우 사태 수습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크루즈 등의 부진으로 이미 위기에 직면했다. 노사의 화합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아직까지 노사간의 협상이 진행 중인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연이은 협상 결렬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탓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최악'이라고 평가하며 우려를 표했다.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업체)노조는 강성노조로 외국에 알려질 정도로 심각하다. 노사 분규는 암적인 부분이다"라며 "국내 자동차업계는 고비용, 저생산 구조로 생산량이 외국의 40~50% 수준이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해 임금은 1700~1800만원 가량 비싸다. 특히 한국지엠의 경우 사장이 사임을 표하고 부산(창원)공장을 접느냐 마느냐로 얘기가 많다. 노사 양측이 한걸음씩 양보를 해야한다. 현재 상태는 심각하다"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국내 5개 완성차업체들이 모두 파업에 들어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날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결렬을 선언함에 따라 현대, 기아, 한국지엠 노조들이 모두 파업에 들어가려는 모습"이라며 "강성노조로 불리는 3사 노조들이 모두 파업을 진행할 경우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르노삼성, 쌍용차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과 쌍용차 측은 '원만한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아직까지 협상이 진행 중이고 구체적으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자사의 경우 사내노조이고 강성노조의 성격은 아니다. 협상이 잘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조합의 요구안을 놓고 협상 중인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노사간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