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는 1982년 집단발병 보고…국내 발생빈도 현저히 낮아 원인파악 미흡, 의료진 신속 대처 중요
  •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4세 여아가 신장(콩팥) 투석까지 받게 됐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 나오면서 일명 '햄버거병'(HUS)으로 지칭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에서는 지난 1982년 첫 집단사례가 보고돼 오염된 햄버거패티를 덜 익혀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국내에서는 피해 아동처럼 산발적으로 드물게 발생해 정확한 원인 파악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하루 10시간 투석하는 네 살 여아에게 무슨 일 있었나.


  •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최은주씨(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최은주씨(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아동의 어머니 최은주 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네 살 배기 딸은 평택의 한 맥도날드에서 불고기버거를 먹은 뒤 두 시간 정도 지나 극심한 복통을 겪었다. 설사에 피가 섞여나왔고, 3일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장출혈성대장증후군과 HUS을 진단받았다. 병원 치료에도 신장기능이 90%이상 망가져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


    최 씨 측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부정불량식품 신고센터에 신고했고, 평택시가 이튿날 해당 맥도날드지점을 불시점검했지만 이상 없음으로 결론 났다.


    이에 최 씨 측은 지난 5일 햄버거의 덜 익은 패티가 문제라며 식품안전법 위반 등으로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맥도날드 측은 "조리공정상 패티가 덜 익을리 없고 증거도 불충분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피해아동 측은 "그릴의 설정이 잘못되면 패티간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고기가 제대로 익지 않을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덜익은 고기 먹고 발생하는 햄버거병…평생 투석해야 하는 치명적 질환


    HUS는 환자 절반이 완치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연간 1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을 만큼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1982년 미국에서는 햄버거병 집단 발병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햄버거 속 덜 익힌 고기 패티가 원인이다. 후속연구에서 가축 도살 과정에서 배설물 등에 의해 대장균(E. coli O157)에 감염된 소고기 패티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장균에 감염될 경우 통상 5일이상 설사나 복통을 겪지만 매우 드물게 단기간에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HUS를 일으키기도 한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진범식 감염병센터장은 "시가독소(Shiga toxin)를 생성하는 대장균(STEC, O157 등) 등에 의한 감염이 발생할 경우 독소가 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저해해 용혈성 요독증후군, 급속신부전 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신장이 불순물을 걸러주지 못하면서 몸에 독이 쌓이면서 발생한다. 감염되면 심한 설사와 구토, 복부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경련이나 혼수 상태 등 신경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주로 멸균되지 않은 우유 혹은 균에 오염된 식품을 먹거나 특정 대장균에 감염된 소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지 않았을 때 발병한다.


    진 센터장은 "신부전이 회복되지 못하면 영구적인 신기능 장애를 초래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예후는 매우 다양하고 전파경로는 알려진 것처럼 덜 익혀진 육류를 통한 감염이 빈도가 높지만 무순 등 채소류를 매개로한 전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치사율은 발병 당시 중증도와 적절한 치료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지만 대략 5~10%로 추산된다. 동일한 중증도의 질환이라도 면역력이 낮고 합병증에 취약한 어린이와 고령자에서는 사망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아는 신부전을 초래하는 합병증인 HUS의 발생빈도가 높은 임상적 특징이 있다.


    HUS 환자의 절반 정도는 몸속 수분과 독소를 제거하는 신장 기능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해 지속적인 투석을 받아야 한다. 이번 피해아동 역시 신장기능이 90% 망가졌다.


    진 센터장은 "신장기능이 상실되면 투석을 시행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단 급성 신부전의 경우 신장 기능이 거의 상실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유지해 합병증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지만 만약 회복이 되지 않고 말기 신부전으로 이행되면 신장이식을 하거나 평생 투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발생 빈도가 현저히 낮은 편이다. 때문에 제대로된 원인 파악조차 되지 못한 실정이다.


    진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는 HUS 환자 발생빈도도 낮고 산발적으로 나타나  의료진 입장에서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 조기에 진단하고 예측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음식점 관리를 포함한 식품관련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리과정의 위험요인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