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여성병원 사태 등 의료기관 종사자 감염 또다시 발생…기관 종사자 검사비용은 의료기관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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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결핵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해부터 의료기관 근무 인력에 대한 결핵검사 의무화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정작 전국 의료기관들에 지원되는 검사비 정부 예산은 연 11억원. 이마저도 올 한 해 한시적 예산에 불과해 '손안대고 코풀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또다시 시작된 원내 결핵 감염 공포, 이번엔 모네여성병원

    의료기관 직원들의 결핵 감염 문제가 잇따르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 모네여성병원의 간호사가 결핵에 감염돼 신생아 800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질병관리본부는 모네여성병원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생아 및 영아 67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은 가지고 있는데 결핵으로 발현하지 않는, 쉽게 말해 전염성은 띄지 않는 상태다.


    다만 생후 1년 미만 영유아는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같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결핵 감염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7월과 8월 서울삼성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서 집단결핵 감염 사례가 나와 문제가 됐다.


    대학병원 한 교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감염병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면서 유독 더 주목받고 있지만 원내 결핵 발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 병원 종사자 검사 의무화 시행…결핵후진국 탈피한다면서 예산 찔끔, 병원에 전가하는 정부 

    의료기관 종사자의 결핵 감염이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일단 수백명에 이르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까지 역학조사를 받아야 한다.

    결핵의 감염률을 볼 때 원내에서 실제 결핵 감염으로 이어질 경우 그 파급력은 더 무섭다. 지난 2015년 국가 재난사태로 명명됐던 메르스 감염과 비교할 때 그 54배에 가까운 2000여 명의 사망자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잠복단계의 결핵균 발견과 발병 전 치료를 통해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을 수립, 추진하면서 지난해부터 8월부터 의료기관 등 집단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결핵 및 잠복결핵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의료기관장은 고위험군 환자와의 접촉도에 따라 1~4군으로 분류된 직원들에 대해 잠복결핵 검사를 연간 의무 진행하도록 했다.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감염병 관리 사업임에도 관리 비용은 의료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잠복결핵 검사 방식인 체혈검사(IGRA)비는 1인당 5만~8만원에 달한다. 수천명의 종사자들이 근무하는 대형 대학병원들은 연간 2억~3억원에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정부도 비용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규모는 턱없이 적다. 의료기관 종사자 검사 비용에 대해 국비로 책정된 예산은 올해 11억원(지방비 40%·의료기관 부담 20% 제외).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을 포함한 전국에 분포된 의료기관 종사자는 85만명이지만 예산이 한정되다 보니 지원 대상 역시 2,3차 의료기관인 병원급이상 기관에 한정된다.


    이마저도 병원급 종사자 일부에 해당하는 14만명에 대한 예산에 불과하다. 전국 병원급이상 의료기관은 4천여곳,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만 50만명으로 추산된다.


    비용 지원 대상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제외돼 있다 보니 사각지대도 발생하고 있다. 대형병원에 비해 열악한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장들은 직원들에게 검사비를 부담하도록 한다는 전언이다.


    턱없이 적은 예산이지만 내년에는 이 검사비 지원 여부도 불투명하다. 올해 한해 책정된 한시적 예산이기 때문.


    정부는 당장의 예산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결핵·에이즈관리과 관계자는 "결핵 예방을 위한 마중물 역할이라고 봐달라"면서 "예산이 한정돼 있어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고위험군 환자가 많은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자 일부만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국가 차원의 감염관리 사업을 민간 의료기관에 책임과 의무를 떠넘기는 구조"라면서 "결핵에 대한 감염관리 의지는 분명 필요하지만, 정작 정책을 끌고가는 정부가 당장의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턱없이 적은 예산조차 당장 내년에는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게 '촌극'"이라면서 "과연 OECD 가입국 중 결핵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지우겠다는 의지가 정부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