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SK머티리얼즈·SK케미칼·SKC·SKT 등 지분 매각200억~300억원 자금 마련, SK네트웍스 지분 매입할 듯
  •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SK네트웍스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SK네트웍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보유 중인 그룹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으로 보이며, 향후 SK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경영권 이전 등 상호간의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최신원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주식 1067주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최 회장의 주식 매도는 올 들어 본격화됐다.


    1월에는 SK머티리얼즈 주식 5000주 전량을 처분했다. 1월 24일과 26일에는 각각 SK(주) 3129주, SK케미칼 4145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SKC솔믹스 주식 54만145주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잇따라 처분했다. 지난달 5일에는 SKC 보유주식 59만4543주를 전량 매각했다.

     

    이번달에도 계열사 지분 매각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일 SK하이닉스 보유주식1만1000주 전량을 매도했고, 지난 10일 SK텔레콤 주식마저 팔아버렸다.


    이에 따라 최신원 회장이 보유 중인 그룹 계열사 지분은 SK(주) 5000주, SK케미칼 1만1700주, 비상장사인 SK텔레시스 276만주가 전부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조만간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경영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보유 지분을 늘리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200억~3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157만5222주(0.6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SK네트웍스 최대주주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에 전부 사용하더라도 지분율은 약 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표면적으로 최 회장이 SK네트웍스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그룹의 지주사인 SK(주)이다. SK(주)의 지분율은 39.14%로 압도적인 최대주주다. 최태원 회장은 이런 SK(주)의 지분 23.40%를 보유한 오너이기 때문에 결국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이 사전에 SK네트웍스 경영권 관련 교감 및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분 구조상 계열분리가 쉽지 않지만,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 경영권을 넘겨받는 가족간 약속이 있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굳이 최신원 회장이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이렇게 급하게 정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신원 회장은 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둘째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다. 최종건 회장(창업주)이 사망한 후 그의 동생인 故 최종현 회장(2대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아들인 최태원 회장(3대 회장)이 넘겨 받았다.


    그룹 경영권이 부자 상속이 아닌 형제 상속으로 갔다가 부자 상속으로 넘어가면서 최신원 회장과 그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외곽으로 밀려났다. 최신원 회장은 SKC를,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을 맡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최신원 회장이 SK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 경영에 복귀하면서 계열분리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아버지가 이룩한 회사의 모태를 자신이 되찾겠다는 마음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최신원 회장은 몇년 전부터 꾸준하게 SK네트웍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의지를 피력해왔다.


    결국 올해 들어 그룹 계열사 보유 지분을 잇따라 처분하면서 SK네트웍스 올인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SK네트웍스와 SK그룹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신원 회장의 지분 매각 및 매입 등은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반면, SK네트웍스 지분율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측근은 “예전부터 SK네트웍스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많았다”며 “SK네트웍스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SK네트웍스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보여진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