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캄플라데' 등 제3자 '전문증거' 문제"변호인단, 3차 구속영장 청구 앞두고 '강제 진술' 가능성 있어"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8차 공판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깜짝 출석한 가운데 이날 증언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 씨의 증언 대부분이 엄마인 최 씨에게 들은 내용에 기반해 있고, 삼성 측 관계자로부터 공소사실과 관련된 이야기는 일체 들은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변호인단은 정 씨의 증언이 전문증거(傳聞證據)로 증거효력이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12일 이 부회장의 38차 공판에 출석한 정 씨는 삼성 뇌물사건과 관련해 삼성의 단독 승마지원 의혹에 연루된 핵심 당사자다. 

    특검은 그동안 삼성이 승마지원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를 상대로 대가성 청탁을 일삼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 숱한 증인들을 집중 추궁한 것도 이같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결정적 증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특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이에 특검은 삼성의 승마지원을 직접적으로 받아 온 정 씨의 신문 과정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으로 신문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 씨는 이날 신문에서 약속이나 한 듯 특검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증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독일 현지 승마장을 방문했다는 사실과 최 씨를 포함해 삼성 관계자들이 승마지원 협의를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특히 비타나V와 살시도를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각각 교환하기로 한 계약에 대해서도 "삼성 측이 몰랐을리 없다"고 강조하는 등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들로 눈길을 끌었다. 특검은 이 같은 기세에 힘입어 정 씨의 입을 통해 '삼성->청와대->최순실'의 뇌물 연결고리를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정 씨의 증언 대부분이 최 씨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이라는 점이 강조되자 신문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실제 그는 신문 과정에서 '엄마가 ~라고 했다', '엄마한테 들었다' 고 수 차례 진술했다. 이는 대부분의 증언이 전문증거에 해당한다는 시인과 같은 의미다.

    이에 변호인단은 실제 발언자인 최 씨에 대한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 씨에 대한 증언은 증거로써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변호인단은 정 씨가 마필 교환 계약과 관련한 계약 조건과 시점, 가격 등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할 뿐더러 엄마인 최 씨를 통해 승마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안드레아스가 '삼성에서 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정황에 빗대어 '교환계약이라고 추측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변호인단은 "정 씨는 각종 계약서나 서류를 본 적이 없으며, 계약에 관여하거나 입회한 적이 없다. 엄마로부터 들었다는 게 증인이 아는 것의 전부다"라며 "그런 증인을 최 씨와 박 전 대통령보다 왜 먼저 신문해야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문했다.

    이어 "정 씨가 3차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상황에서 특검이 원하는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일반적인 생각이 객관적인 문서보다 높은 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모든 증언이 전문증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한편 현재까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날 재판부는 내달 2일 결심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구속만기가 다음달 27일인 점을 감안하면 1심 선고는 8월 중순경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