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부족해 스스로 사양한다'는 말 들었다 증언"하만 인수 등 '이재용 신화 만들기'라 평가에 거센 반발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공판에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 부회장 스스로 승계를 사양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김종중 삼성 사장을 통해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살아계시고 스스로도 여러 가지 준비가 부족해 승계를 사양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일어난 삼성의 모든 경영활동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었다는 특검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김 사장이 '이 부회장이 승계를 사양한다고 했다'는데 그런 말을 들은적이 있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언젠가 승계할 것이고, 지위와 책임을 지는 자리로 가는게 지배구조 개선에 맞다는 의견을 (김 사장에게)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 위원장 스스로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올바른 선택이라 판단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삼성이 하는 모든 경영활동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되풀이해 변호인단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승계작업의 의미를 매우 포괄적으로 정의했다.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자금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분을 극대화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자 했다는 특검의 주장보다 넓은 의미다.

    하지만 삼성 테크윈을 포함한 비핵심 계열사의 매각이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등이 지분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말해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모든 경영활동을 지분 극대화를 통한 지배력 강화로 설명했다가 반박이 거세지자 경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작업도 있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활용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이 법만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을 덧붙여 변호인단과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이 이재용의 경영 리더십을 증명하는 '이재용 신화 만들기'라 평가해 재계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당 업무를 담당한 계열사 실무자들의 노력이나 수고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결과가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였다고 주장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 지분은 40%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면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건 어떤 의도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