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명 업체 사례, 전체로 확대 해석은 위험" 우려"공정위의 갑질 근절대책 6개, 형평성 어긋나고 실효성에도 의문""업계 의견 수렴해 현실적 방안 마련해야… 처벌 수위 강화가 더 시급"
  • 전국 600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의 꿈을 심어 준 프랜차이즈산업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미스터피자, BBQ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피자헛 등 인기 브랜드들은 '갑질' 논란으로 피멍이 들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표적인 표적이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한때 서민을 대표하던 프랜차이즈 산업이 악의 축으로까지 불리게 된 구조적 문제점과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업계의 진솔한 목소리를 上, 下 두 편에 나눠 들어본다. <편집자주>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상윤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상윤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5000개가 넘게 있습니다. 갑질이나 비리를 저지른 대형, 유명 업체는 손에 꼽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받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 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조사에 칼을 빼든 가운데 업계의 한 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갑질 사태와 비리, 폭리 등을 저지른 몇몇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인한 피해가 소형·영세 브랜드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맥도날드·롯데리아·엔제리너스커피(롯데지알에스)·BHC·굽네치킨 등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서고 연말까지 50개 외식 업종 프랜차이즈 본사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를 전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현장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 공정위 직원이 파견 돼 서류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9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스터피자나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일련의 갑질 사태를 일으킨 업체들은 전국 매장이 각각 300여개, 1000여개가 넘는 대형 브랜드"라며 "그런데 대형·유명 업체의 몇 사례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비난 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은 사실상 프랜차이즈 업계를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업계 전반의 현실적인 고충이나 문제점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채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범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 ⓒ공정거래위원회
    ▲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를 막고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6가지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가맹본부는 필수품목 마진과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리베이트), 가맹사업 과정에 참여하는 특수관계인의 업체명, 매출액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가맹점주 동의하에만 제휴할인 등 판촉행사를 할 수 있고 부도덕한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 오너나 임원은 가맹점의 매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또 가맹점단체가 본사와 대등하게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지위도 강화되며 공정위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가맹점에 계약해지 등 보복을 하면 최대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대책은 대형 업체가 아닌 오히려 중소형 업체를 정조준한 것"이라며 "SPC그룹 파리바게뜨나 CJ푸드빌 뚜레쥬르, 롯데지알에스 롯데리아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기업이 운영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인력과 비용, 여력 등이 충분하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근절대책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원가 공개 부분"이라며 "필수품목 마진을 공개하라는 것은 사실상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는 것인데 이는 영업기밀일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하지 않는 것을 왜 프랜차이즈만 해야 하는지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원자재 등 물류를 가맹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정 마진을 붙여 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악덕 업체들이 도를 넘는 마진을 붙여 가맹점주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공정위가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생닭 현지 가격이 1000~1500원인데 비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 한 마리 가격은 5000원 수준이다. 3500~4000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본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면 본사가 싸게 사서 가맹점에 비싸게 넘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생닭 현지 가격은 닭의 털도 뽑지 않은 말 그대로의 생닭을 의미하며 닭을 가공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국 가맹점에 배달하는 물류비 등을 포함한 가격의 본사 공급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닭 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채소 같은 생물은 날씨나 기후, 여러가지 변화에 가격이 매일 변동하기 때문에 가맹본사는 이를 안정적으로 가맹점에 제공하기 위해 구매팀과 물류팀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은 배제한 채 단순히 현지 가격과 공급 가격 숫자만 보고 비교하면 
    정보의 비대칭이 일어날 수 있어 본사와 가맹점 간 오해만 증폭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공정위의 칼날이 외식 업종으로만 집중된 것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가맹점 100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는 2015년 말 기준 31개로 외식 뿐만 아니라 편의점, 교육, 세탁전문기업, 약국 등도 포함돼 있지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외식으로만 한정됐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가 내놓은 근절대책의 세부 기준을 어떤 과정으로 정하게 될지, 공정위의 법 집행 실행력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발표한 근절대책은 뼈대만 나와있고 필수품목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 오너나 임원을 처벌할때 이미지 훼손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세부 기준이 어떻게 정해질지가 관건"이라며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공정한 세부 기준을 갖춰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현재 공정위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며 "프랜차이즈 현장 조사에 파견된 직원들도 한 기업당 3~4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정위 인력만으로 50여개 프랜차이즈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잘못한 업체를 벌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일부를 확대 해석해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전체를 뜯어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고 제대로 처벌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지난 1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랜차이즈 산업의 갑질을 뿌리뽑겠다"며 "공정위 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연말까지 자정 노력 할 시간을 달라"며 김상조 공정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 ▲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협회장(오른쪽 두번째). ⓒ이종현 기자
    ▲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협회장(오른쪽 두번째).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