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 소환…하 사장 출석 임박

  • ▲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가 20일 물러났다. ⓒ 뉴시스
    ▲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가 20일 물러났다. ⓒ 뉴시스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마지막 이사회는 무려 100분 간 진행됐다. 

KAI는 20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하 사장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이날 오후 이사회를 소집했다. 오후 2시부터 KAI 서울사무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는 낮 3시4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하 사장은 이사진에게 검찰 조사를 앞두고 대표이사 직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의 검찰 출석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회사에 부담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은 보도자료에서도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된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쌓아올린 KAI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하게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이사회서는 새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게될 장성섭 부사장도 참석했다고 한다. 

KAI는 수일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새 대표를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하 사장은 사실상 최초의 내부출신 대표였다. 그전까지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부의 뜻이 반영된 새 대표가 선임돼 왔다. 정부기관인 수출입은행이 KAI의 최대주주인 점도 KAI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목이다. 

하 사장 후임으로는 외부출신의 친(親)문재인 정부 인사가 기용될 공산이 커보인다. 

같은날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하 사장의 측근인 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를 소환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 본부장이 KAI와 하 대표의 비리를 도운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한 데 이어 18일에는 경남지역의 KAI 협력사 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KAI가 수리온, T-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 중 개발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서 하성용 사장를 비롯한 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하 사장이 용처가 나오지 않은 17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통해 연임을 위한 대대적인 정관계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비 대상으로 친박 실세 국회의원, 경남 사천 일대 인사 등을 지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망이 KAI를 뛰어 넘어 과거 정부 인사들에 대한 고강도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석보좌관회의서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면서 강력한 비리 척결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이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 비리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감사원이 수사를 적발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생으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