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車 파업에 철강사 손실 1100억 추정조선업체와의 후판가격 협상 난항 예상
  • ▲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자동차강판.ⓒ현대제철
    ▲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자동차강판.ⓒ현대제철

     

    철강업계가 완성차업체들의 노조 파업 움직임 및 조선업체들과의 후판 공급 가격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가지 이슈가 하반기 실적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요산업 리스크에 국내 철강사들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후판가격 협상 결렬에 따른 수익 감소 등이 하반기 경영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국내 철강사들은 우선 자동차 노조 파업 실행 여부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은 쟁의권을 이미 확보했기에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파업에 따른 피해를 직접 경험했기에 올해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하계휴가 전까지 최대한 협상에 집중해 타결을 보겠다는 계획이지만, 노사간 입장차이가 커서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완성차 노조들이 파업에 돌입한다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의 자동차강판 실적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는 파업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 상황으로선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 유력한 분위기다.

    현재 국내 철강사들의 자동차강판 공급가격은 톤당 약 8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차가 노조 파업으로 14만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는데, 차 한 대당 약 1톤의 철강재가 들어간다고 봤을 때, 철강사들은 11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 판매 부진 등 대외적 악재로 완성차업체들이 많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는 파업만은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원료 가격 급등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후판 가격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 실적이 회복 추세에 있지만, 아직까지 후판 가격을 올려줄 만한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사들도 이대로 후판가격을 놔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열린 포스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후판사업 손익 분기점(BEP) 달성 여부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와 하반기 가격 협상에 달려있다"며 조선사들을 은연 중에 압박하기도 했다.

    철강사들의 이러한 태도에 국내 조선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희망퇴직 등으로 인건비마저 감축하고 있는 마당에 원가에 상당부분 차지하는 후판가격 인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원가의 10~20%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가격을 올려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