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복장, 핑거푸드와 수제맥주 '호프 미팅'으로 진행각 그룹별 맞춤 질문으로 기업에 대한 문 대통령 관심 표현
  • ▲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호프 미팅을 진행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연합뉴스
    ▲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호프 미팅을 진행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만남이 각 기업별 현안을 주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개별 기업들이 처한 이슈를 문 대통령이 질문하고, 참석자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긴장을 풀었다.


    27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로 의미를 더했다. 편한 복장으로 격의 없는 대화가 2시30여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기업들에게 맞춤형 질문은 물론 총수들의 가족과 취미, 건강과 안부에도 관심을 갖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들을 초청해 식사를 해왔다"며 "정부로서는 경제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만남을 보면 한번에 많은 분들을 모시다 보니 만남 자체가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도록 두 차례로 나눴다"면서 "경제인들에게 충분히 듣고 싶어서 주어진 각본도, 주제도, 시간 제한도, 자료도 없이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자는 뜻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호프 미팅,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초기에 정부와 재계는 다소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 대통령의 당선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재계 서열 상위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소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 것은 청와대가 준비한 '호프 미팅'이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20여분간 재계 총수들과 맥주를 즐기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편안한 복장과 핑거푸드, 직접 따라 마시는 생맥주 콘셉트로 격의 있는 대화 보다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이날 선택된 맥주는 중소기업 브랜드인 세븐브로이 맥주이고,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화합을 강조한 세 가지 안주를 준비했다.


    맥주를 나누며 기업인들과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은 해당 기업별 현안을 두루 언급했다.


    먼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는 중국으로 인한 자동차업계 애로상황과 올림픽 양궁 선전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기회를 살려 다시 기술을 개발해 도약하려 한다"고 답했다. 양궁협회 관련 올림픽에 대해서는 "양궁 중목에 남녀혼성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더라"고 질문했다. 금춘수 부회장은 "고전을 하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힘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태양광 여건에 대해 묻자, "5%가 안된다. 정부에서 입지조건을 좀 완화시켜 주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에게는 직원들한테 피자를 자주 돌려 얻게 된 '피자 CEO'라는 별명을 언급했다. 직원 단합과 사기 진작에 효과가 있겠다는 문 대통령의 물음에 구 부회장은 "일도 더 잘하고 경쟁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해 "우리도 피자 한 판 돌리자"고 말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치킨도 많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강조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는 프로야구 성적을, 손경식 CJ 회장에게는 활발한 행보와 건강을 당부했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는 미국 철강 수출 문제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는 소비심리 회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정용진 부회장에게 "소비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요즘 어떤가"라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매출이 늘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연초에는 경영계획을 긴축으로 잡았는데 소비가 살아나 여름에 더워지면서 연초 계획보다 훨씬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사드 충격에 대해 묻자, 정 부회장은 "우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가 없고 경쟁사들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관광객이 더 준 것 같다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는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손님이 줄었고, 면세점에도 중국인들 단체가 완전히 죽었다"면서 "아직은 완화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간담회에 참석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젊은 사람들이 '갓뚜기'로 부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고용, 경영승계, 사회적공헌 등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격려했다.


    ◆4無 간담회,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설명 및 애로사항 청취


    야외 스탠딩 호프 미팅을 마친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상춘재로 자리를 이동해 본격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날 간담회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발언자료와 순서, 시간제한, 시나리오를 모두 없앤 4無 간담회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등에 대한 기업인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한미 FTA 개정협상 등 미국의 통상압력은 물론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기조 지속 등 한국경제의 순항을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한 경영 현장의 우려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간담회 둘째날인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