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하나에 흔들리는 민간기업... 적절한 대안과 보상도 필요

[취재수첩] 삼표 성수공장, 집주인은 비우라는데... 임차인은 갈 곳 없어 '막막'

'갑' 박원순 시장 뜻대로 된 성수공장 이전 착수
'을' 삼표산업, 생산량 15% 핵심 공장 잃고 길거리로

이지완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7.31 14: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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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산업 성수공장.ⓒ뉴데일리


삼표산업이 서울시와 수년간 마찰을 빚어온 성수동 레미콘공장을 이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전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시와 부지 소유자인 현대제철이 공장 이전에 합의함에 따라 성수공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임차인인 삼표산업 입장에서는 대체부지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서울 내에서 대체부지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만7828㎡에 달하는 부지를 서울 시내에서 찾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지가 있다고 해도 지역주민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영등포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대체부지 마련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서울은 고사하고 경기도권 내에서도 부지 마련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는 임시방편으로 기존에 가동 중이던 부천공장 설비를 증설해 일정 부분을 상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레미콘은 90분 내로 제품을 공급해야 최고의 품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삼표산업 성수공장은 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강남과 강북의 경계선에 위치해 서울 전역에 레미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성수공장은 삼표산업 레미콘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핵심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삼표산업은 이 같은 메리트를 가진 성수공장을 철거하기 싫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해당 부지의 실소유자인 현대제철과 합의점을 찾은 만큼 어쩔 수 없게 됐다. 임차인에 불과한 삼표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서울시와의 협상 주체도 아닌 상황이라 성수공장 이전 관련 문제에서 삼표산업은 철저히 배제됐다. 삼표 공장은 부지 주인인 현대제철과 서울숲 구성 등 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와 달리 철저한 '을'의 입장이다. 서울시와 실제 협의 대상 파트너는 부지 90%를 보유한 현대제철이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시와 현대제철, 삼표산업이 성수공장 이전 협약식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무산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당시 삼표산업이 협약식에 불참하면서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표산업이 성수공장 이전 협약이 체결됨에 따라 보상안 협의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참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삼표산업이 협상에 불응해 협약식에 불참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협약식 개최 통보도 임박해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즘은 건물주의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통보에 호황을 누리던 가게에서 쫓겨나는 상인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삼표의 성수공장 이전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으나,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쫓겨나는 것은 힘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약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서울시와 현대제철이 성수공장 이전에 대한 합의점을 찾은 만큼 삼표 성수공장은 철거가 불가피하다. 단, 삼표산업이 성수공장을 대체할 수 있는 부지 마련이나 이를 상쇄시킬 만한 최소한의 해결책은 제시돼야 한다고 본다.

삼표산업의 성수공장은 환경 저해, 외관을 저해하는 건물 등으로 취급받으며 조속히 철거돼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는 한 기업의 핵심 공장이고, 많은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성수공장 직원수는 비정규직과 지입차주 포함 총 200여명으로 적지 않다.


성수공장 철거까지는 약 5년의 시간이 남았다. 단순히 환경 사업의 걸림돌이 아닌 누군가의 일자리, 밥줄이라는 것을 감안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삼표산업에게도 마련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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