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마주제… 노동계 "다단계 착취구조" vs 마사회 "선진적 고용체계"
  • ▲ 과천경마장 경주모습. ⓒ마사회
    ▲ 과천경마장 경주모습. ⓒ마사회

     

    지난 5월27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발생한 마필관리사 사망 사고 이후 한국마사회의 고용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사회가 직접 마필관리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와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은 1일 서울 중구 세종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대 노총은 "공공기관으로서 존재의의를 망각한 채 개인마주-조교사와의 긴밀한 커넥션을 통해 자신들만의 견고한 철옹성을 수십년간 쌓아 올린 적폐"라며 "마사회 적폐 세력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죽음의 착취구조를 분쇄하는 것이 요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故) 박경근 마사회 마필관리사의 명예회복과 함께 마사회의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지난 2004년부터 마필관리사로 일했던 고인은 지난 5월27일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대 노총은 고인의 죽음이 "마사회의 다단계 착취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1993년 개인마주제 시행 이전에는 마사회 소속이었다. 그러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되면서 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마사회가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처우와 업무에서 사실상 마사회 통제 하에 있지만 직접적인 고용 계약은 맺지 않는다. 현재 마필관리사는 '마사회-개인마주(말주인)-조교사(말관리위탁인)-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일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마사회는 사측인 조교사와 함께 공공운수노조의 요구안을 놓고 2개월에 걸쳐 13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를 통해 △고용승계 조건으로 마사 추가 대부 및 가점 부여 △마사회는 미고용자 발생시 조교사와 특별협의 및 해고 요건 명문화 △마필관리사 상금 배분비 명시 △점검·경쟁성 상금 비중 축소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전 사업장에 분향소 설치 △산재신청을 위한 자료 제출 협조 등 일부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필관리사 고용안정'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개인마주제'를 "죽음의 착취구조"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마사회측은 "선진적 체계"라며 180도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마사회는 죽음의 착취구조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책임회피에만 몰두하는 마사회의 현 경영진과는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이양호 마사회장 퇴진과 적폐세력 청산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마사회 관계자는 "개별고용제는 경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전 세계적 고용구조"라며 "개인 소유의 고가 경주마를 공기업 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것도 사회 통념상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