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지원 확대는 중소기업 위주로, 대기업은 철저히 '배제'법인세 인상 및 투자 손발 묶어, 경쟁력 약화 '자초'
  • ▲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문재인 정부가 기업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압박하면서 투자 시에는 세액공제를 축소하겠다는 모순된 정책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기획재정부 및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 개편안 가운데 세입기반 확충은 대기업들에게 노골적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원 초과 시에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를 올린다. 지난해 신고기준으로 대상 기업은 129개에 이른다.


    문제는 대기업들에게 R&D 및 설비 투자를 축소하도록 강요하고 있어 향후 기업경쟁력 약화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것. 대기업의 R&D 비용 중 증가분에 대해서는 현행처럼 세액공제(30%)를 유지하지만, 당기분은 현행 1~3%에서 0~2%로 축소한다.


    설비 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생산성향상시설, 안전설비, 환경보전시설 투자 시 투자세액 공제를 현행 3%에서 1%로, 2%포인트 축소된다. 중견기업은 5%에서 3%로 축소되고, 중소기업은 현행과 동일하다.


    즉, R&D 투자를 많이 늘려봐야 세액공제가 줄고, 설비 투자도 많이 해봐야 혜택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A대기업 관계자는 “이런 모순된 정책이 어디 있냐”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고 개탄했다.


    B대기업 관계자는 “일자리는 늘리라고 그렇게 압박하면서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식이지 않냐”며 “당장 일자리를 늘려서 오늘만 (인기에) 살고, 내일은 생각하지 않겠다는 것 같아 답답하다”라고 성토했다.


    C대기업 관계자는 “투자가 있어야 일자리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투자 없이 무조건 채용을 늘리면 인건비는 늘어나고, 투자를 못해서 기술경쟁력이 도태되면 결국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대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점진적으로 줄여간다. 당해연도 소득의 80%이던 것을 내년에는 60%, 2019년에는 50%까지 공제한도를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기업들이 일자리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일 경우에는 세제지원을 확대한다. 대부분 중견 및 중소기업 대상이고, 대기업 혜택은 전무하다.


    정부는 신규 고용창출을 위해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다. 투자가 없더라도 2년간 고용이 늘어나면 1인당 일정금액을 공제해준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2년간 2000만원, 중견기업은 1400만원을 공제해준다.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이 그 인원을 유지하면, 사회보험료 세액공제를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다. 경력단절 여성을 재고용하면 세액을 공제하던 것을 현행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공제율도 늘린다. 중소기업은 공제율이 10%에서 30%로, 중견기업은 15%가 적용된다.

    수도권 내 본사의 지방 이전에 대한 감면 시, 지방 이전 인원이 많을 수록 세제 혜택을 확대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면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액을 늘려준다.


    또 정부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경우에도 세제지원을 확대한다. 역시 중소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중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이 증가하면 세액공제율을 현행 10%에서 20%로 늘린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은 1인당 세액공제를 현행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린다.


    청년(15~29세), 장애인, 60세 이상, 경력단절여성 등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소득세 감면(70%) 적용 기간을 취업 후 3년간에서 5년간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임금보전을 위해 시간당 임금을 인상하면, 임금보전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50%에서 75%로 올린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신설한다. 이는 투자·임금증가·배당금액이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 시 추가 과세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세제지원 확대는 대기업은 철저히 배제됐으며, 중소기업 위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책의 초점을 맞춘것 같다”며 “대기업은 무조건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만 많이 내라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