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유통街] '갓뚜기' 때문에 식품업계 부담… 프랜차이즈는 '위기'

착한기업·모범기업으로 꼽히는 '오뚜기', 동종업계는 무언의 압박 시달려
프랜차이즈 업계 "대기업 보다 강한 규제 요구하면서 일자리 창출까지… 버겁다" 호소

김수경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8.03 07: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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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등에 유통기업들이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비롯해 복합 쇼핑몰, 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업체의 부담감은 두 배로 커졌다.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식품업계는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동종 업계인 '오뚜기'가 '착한 기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고 '갑질'과 '폭리'로 얼룩진 프랜차이즈 업계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규제 강화와 일자리 창출 간 딜레마에 빠진 유통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주요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뉴데일리DB



문재인 대통령 출범 이후 정부가 국내 주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면서 기업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식품업계는 직접적 규제 대상에서 빗겨가 대형마트나 쇼핑몰과 같은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종 업계인 '오뚜기'가 착한 기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오뚜기'로 향하면서 동종 식품업계는 가시 방석에 앉은 듯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
정규직 100%, 협력업체 상생 등 오뚜기의 사례가 마치 식품업계의 기준이 된 듯 해서 많은 식품 회사들의 고민이 크다"며 "식품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1~2% 수준으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더 높은 기대치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실질적인 정부의 압박은 없었지만 지난달 청와대 호프데이 이후 오뚜기만 착한 기업, 모범 기업인 것처럼 알려져 답답한 부분이 있다"며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준을 전체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오뚜기는 재계 자산기준으로 1조5000억원 규모로 50위권에도 들지 않아 14대 그룹과 격차가 크지만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최한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 받았다. 

오뚜기는 전체 직원 3099명 가운데 36명이 기간제 근로자로 비정규직 비율이 1.16%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을 쓰지 않고 상속세 1500억원을 내기로 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난해 9월 별세한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1800명의 시식사원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는 2015년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개인적으로 300억원대 규모의 주식을 기부하는 등 남몰래 어린이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도운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오뚜기는 이처럼 일자리 창출에 모범적이며 상생협력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착한기업', '갓뚜기' 등으로 불리고 있다. 

문 대통령도 7월 27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라고 부른다고 들었다"며 "고용이나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 사회적 공헌에 있어서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어 "
새정부의 정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인데 나중에 그 노하우를 한 번 얘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오뚜기를 치켜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라면의 경우 전체 매출의 99.64%가 내부 일감 몰아주기에서 발생했다"며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과세 기준이 낮은데다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불편한 이면도 객관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통계에 잡히는 것은 4대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것인데, 단기 알바의 경우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수치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비율만 보고 착한 기업, 나쁜 기업을 판단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오뚜기에도 현재 많은 단기 알바생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상윤 기자


'갑질'과 '비리' 등 위기에 직면해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정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정조준하면서 올 연말까지 50개 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하는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일자리 창출은 커녕 있던 일자리마저 줄여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으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죽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의 대화를 통해 10월까지 자정 노력할 시간을 준다고 했지만 이는 잠시 상황을 유예한 것일 뿐"이라며 "대기업보다 더 높은 강도의 규제를 들이대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힘 써 달라고 하는 정부의 요청이 버겁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오는 10월 초중순께 까지 프랜차이즈협회가 자구안을 마련할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말까지 예정된 50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현장 실태 조사는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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