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운영 어려워지는 환경 감안해야"

규제 강화하며 "일자리 늘려라"… 딜레마 빠진 유통街

"규제는 강화, 일자리는 늘려라?"… 답답한 유통업계
'갓뚜기' 때문에 식품업계 부담… 프랜차이즈는 '위기'

김수경. 진범용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8.03 07: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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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등에 유통기업들이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비롯해 복합 쇼핑몰, 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업체의 부담감은 두 배로 커졌다.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식품업계는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동종 업계인 '오뚜기'가 '착한 기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고 '갑질'과 '폭리'로 얼룩진 프랜차이즈 업계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규제강화와 일자리 창출의 딜레마에 빠진 유통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롯데월드몰과 스타필드 하남 전경. ⓒ각사


◇ "규제는 강화, 일자리는 늘려라?"… 답답한 유통업계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등에 유통기업들이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비롯해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함께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통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주요 대기업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신규 인력 채용 및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발 빠르게 맞춰나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이 직접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골자의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3년 동안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신세계그룹도 2015년 1만4000여명, 2016년 1만5000여명을 고용한데 이어 올해엔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해 2300여명을 고용했고 올해도 26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이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자리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복합쇼핑몰에 대해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제한 등을 통해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배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산업통상자원부 지원대책'에도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롯데몰, 신세계스타필드, 현대몰, 일부 아울렛 등은 현재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의무 휴업을 진행해야 한다. 

관련 업계는 복합쇼핑몰 및 아울렛 등이 월 2회 의무휴업이 확정될 경우 10% 안팎의 매출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규제로 매출이 떨어지게 되면 일자리를 늘리려는 유통기업들의 계획도 타격이 있을수 밖에 없다. 일례로 롯데몰 은평점은 2000여명, 스타필드 하남 5000여명, 스타필드 고양 3000여명, 현대시티몰 가든파이점은 직간접적으로 1500여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월 2회 휴무가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으로 확대될 경우 새롭게 오픈할 복합쇼핑몰 및 아울렛 고용인력 축소는 물론 신규 사업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고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근무자. ⓒCU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가맹점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편의점들이 긴장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아르바이트 인력에 대한 급여 부담을 직영점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아르바이트 채용 비중도 감소는 불가피하다.

아르바이트 채용 비중 감소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편의점들의 입장은 난처할 수 밖에 없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개인 편의점주는 평균적으로 12시간 전후의 아르바이트 인력 고용을 유지하고 가맹점, 수수료, 임대료 등 비용을 지불한 뒤 남는 순수이익은 월 200만원대 수준이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약 10%의 순수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듯 대기업 규제 및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실제로 이뤄지면 유통업계 전반적인 매출 축소가 예상돼 정부에서 바라는 일자리 증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기업에서 고용인원을 확대하려면 매출이 증가해야 하는데 규제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의 매출은 오히려 역신장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점포 순증 속도 감소까지 예견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인력을 많이 채용하려면 매출도 함께 증가해야 가능하다"며 "현재 분위기는 규제 및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 운영 등은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 고용은 늘리라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부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갓뚜기' 때문에 식품업계 부담… 프랜차이즈는 '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주요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뉴데일리DB



문재인 대통령 출범 이후 정부가 국내 주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면서 기업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식품업계는 직접적 규제 대상에서 빗겨가 대형마트나 쇼핑몰과 같은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종 업계인 '오뚜기'가 착한 기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오뚜기'로 향하면서 동종 식품업계는 가시 방석에 앉은 듯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
정규직 100%, 협력업체 상생 등 오뚜기의 사례가 마치 식품업계의 기준이 된 듯 해서 많은 식품 회사들의 고민이 크다"며 "식품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1~2% 수준으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더 높은 기대치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실질적인 정부의 압박은 없었지만 지난달 청와대 호프데이 이후 오뚜기만 착한 기업, 모범 기업인 것처럼 알려져 답답한 부분이 있다"며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준을 전체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오뚜기는 재계 자산기준으로 1조5000억원 규모로 50위권에도 들지 않아 14대 그룹과 격차가 크지만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최한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 받았다. 

오뚜기는 전체 직원 3099명 가운데 36명이 기간제 근로자로 비정규직 비율이 1.16%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을 쓰지 않고 상속세 1500억원을 내기로 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난해 9월 별세한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1800명의 시식사원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는 2015년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개인적으로 300억원대 규모의 주식을 기부하는 등 남몰래 어린이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도운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오뚜기는 이처럼 일자리 창출에 모범적이며 상생협력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착한기업', '갓뚜기' 등으로 불리고 있다. 

문 대통령도 7월 27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라고 부른다고 들었다"며 "고용이나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 사회적 공헌에 있어서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어 "
새정부의 정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인데 나중에 그 노하우를 한 번 얘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오뚜기를 치켜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라면의 경우 전체 매출의 99.64%가 내부 일감 몰아주기에서 발생했다"며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과세 기준이 낮은데다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불편한 이면도 객관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통계에 잡히는 것은 4대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것인데, 단기 알바의 경우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수치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비율만 보고 착한 기업, 나쁜 기업을 판단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오뚜기에도 현재 많은 단기 알바생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상윤 기자


'갑질'과 '비리' 등 위기에 직면해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정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정조준하면서 올 연말까지 50개 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하는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일자리 창출은 커녕 있던 일자리마저 줄여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으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죽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의 대화를 통해 10월까지 자정 노력할 시간을 준다고 했지만 이는 잠시 상황을 유예한 것일 뿐"이라며 "대기업보다 더 높은 강도의 규제를 들이대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힘 써 달라고 하는 정부의 요청이 버겁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오는 10월 초중순께 까지 프랜차이즈협회가 자구안을 마련할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말까지 예정된 50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현장 실태 조사는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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