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앞두고 지원기피 우려 전전긍긍… 불황 직격탄 '조선·해양' 전철 밟나
  • ▲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1978년 첫 상업운전 시작된 뒤 지난 6월 39년만에 영구폐쇄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원자력 관련 학과들이 취업난 등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1978년 첫 상업운전 시작된 뒤 지난 6월 39년만에 영구폐쇄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원자력 관련 학과들이 취업난 등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탈원자력발전소 정책'과 관련해, 원자력공학 등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들이 자칫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진로가 불투명해지면서, 취업난 가능성 등으로 지원 기피 학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에 지난 7월 전국 60개 대학 공과대학 교수 417명은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을, 13개 원자력 관련 학과 학생회는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을 구성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교수들은 "정상적인 공론화를 통해 탈원전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학생들은 "국가 지도자 결정으로 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원자력공학과, 원자핵공학과 등 원자력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경북대, 세종대, 서울대, 제주대, 조선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한양대 등 16개교다.

    1958년 한양대를 시작으로 원자력공학과 등 관련 학과는 원전 산업이 확장되면서 현재 수준으로 늘었고, 이들 학과에서 약 2천명의 학생이 교육 과정을 밟고 있다.

    인재 육성에 대학들이 학과 개설에 힘써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를 표명,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가 중단되는 등 탈원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교수·학생들은 너무 이른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 학생 등은 탈원전과 관련해 독일은 25년, 스위스는 33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에 따른 원전 고용 시장 위축도 우려되는 가운데, 이로 인해 학과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자력공학과가 설치된 A대학 관계자는 "원전학과 위기론은 실제로 있는 거 같다. 반면 일반 대중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나오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일자리 시장이 위축되면 지원자 감소 등 관련 분야 학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과 운영에 있어 취업률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내달 11~15일 2018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을 앞둔 가운데, 전년도 수시에서 경기 불황 여파로 조선·해운·항만학과의 성적표는 하락세를 그렸다.

    전국 21개교의 조선 등 관련학과 평균 경쟁률은 4.4대 1로, 5.8대 1을 기록했던 2016학년도보다 떨어졌다. 일부 대학은 절반 수준으로, 한 학교는 8.8대 1에서 2.9대 1로 급감해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해운·조선업계에 덮친 경기 불황이 학과 지원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탈원전으로 인해 원전 해체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연구실적 등은 외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산업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을 갑자기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데, 새로운 분야를 도입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아직까지 정부 정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니깐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 확정된다면 (원자력 관련 학과들은) 영향이 있을 듯싶다. 조선 등의 분야를 보면 예전에 비해 선호도가 많이 떨어진 면이 있다. 정책 확정 시 대학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필요하며, 커리큘럼의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정책 방향이 결국 원자력 관련 학과의 존폐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C대학 원자력공학과의 한 교수는 "탈원전은 취업률에서도 달라질 것이다. 원전 건설과 관련된 부서의 기존 인력은 운영으로 전환되고, 나중에 원전을 다시 짓게 되면 건설 능력을 잃게 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도 원전을 다시 건설하려 했는데 실패했다. 수십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원전 건설은 경험이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원전으로) 원전 전공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기존 분야는 안전성 향상 또는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 등으로 전환할 것이다. 원자력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 중 지명도가 낮은 곳은 학과 유지가 어려울 것이고, 30~40년간 연구·개발한 시스템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