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재용 공판…'123일간의 대장정'을 마치며

4개월간 이어진 53차례 공판, 허무한 감정만 남아
"객관적 증거 없는 '막무가내식' 구형…'무죄추정' 원칙은 어디에"

연찬모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8.09 08: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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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벌 총수들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법원칙과 상식,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구형하겠습니다. 피고인 이재용 징역 12년..."

'세기의 재판'이 4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지난 4월7일 1차 공판을 시작으로 123일간 53차례의 공판이 열렸다. 길고도 지루한 여정이었다.

올해 2월 말 '뉴데일리'에 입사해 삼성전자라는 출입처를 맡자마자 가게 된 곳은 삼성전자 기자실이 아닌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이었다. 

3월31일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발을 디디며 공판을 지켜봤다. 3차 공판준비기일이 있던 날이다.

일주일이 지난 4월7일 1차 공판을 시작으로 두 차례를 제외한 51차례의 공판을 직접 목격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수 많은 사건과 다양한 사람들이 공판을 함께 했다. 선배 기자들은 물론 삼성 관계자, 시민단체, 박사모, 삼성 계열사 해고자까지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있었다.

생소한 법률용어로 특검과 변호인단의 말을 받아적기에 바빴던 '진술·비진술 서류증거조사(2~9차)'에서부터 일반 사무 직원부터 노승일, 최순실,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 TV 속 인물들을 볼 수 있었던 '증인신문(10~47차)', 사건의 피고인이자 삼성의 핵심 임원들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던 '피고인신문(48~51차)', 삼성 뇌물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해 치열한 법리다툼이 이뤄진 '공방기일(51~52차)', 특검의 구형이 있었던 '결심공판(53차)'까지 법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검의 구형이 공개된 현재, 지난 53차례의 공판을 되짚으며 의구심이 든다. 피고인에게 구형한 형량을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됐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수 만 페이지의 자료와 수십 명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하지만 어느하나 명확하게 떨어지는 부분이 없었다. 때문에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말이 늘 따라 붙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에서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하나도 확인된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를 입증시킬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검이 이 사건의 핵심 증언이라고 자신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최순실의 딸 정유라,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의 진술은 언뜻 듣기엔 설득력 있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변호인단의 반박을 듣고 곱씹을 수록 개인의 추측과 정황에 기댄 막연한 생각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내세운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등의 핵심 쟁점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독대에 대해서는 공소장 일부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검 스스로 공소장의 오류를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1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전직 임원들에게도 7~10년을 제시했다. 객관적 증거 없이도 중형이 구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전형적인 정경유착 부패범죄'라는 양형 이유가 실체적 진실과 법리적 타당성에 근거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법리를 따져 유·무죄를 판단해야할 특검이 여론몰이를 통해 무리한 구형을 내렸다는 의심은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의 선고에 기대감을 걸어본다. 무죄 또는 구형에 비해 훨씬 적은 형량이 선고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특히 선고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예외적으로 적용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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