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앞둔 1기신도시, 8·2대책 '반사이익' 기대

달라진 주택사업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방향 선회

8·2대책과 무관… "강남권 추진 단지 속속 등장"
분당 한솔5단지, 안정성 검토 심의 통과… 1기 신도시 가속화 기대
재건축대비 사업성 부족 여전… 관련 보완책도 필요

성재용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8.11 14: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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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이번 대책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집중 타깃이 된 만큼 그나마 규제에서 빗겨난 강남권 리모델링 단지가 갖는 메리트가 예전과 다를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서도 노후화가 이미 진행된 1기 신도시의 대단위 단지들은 이번 재건축 관련 규제로 리모델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

'실수요 보호와 단기투자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대책)' 규제에서 제외된 리모델링 추진단지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건축 추진단지처럼 조합원지위 양도제한 등 규제를 받지 않는데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초과이익환수제에서도 자유롭다보니 그동안 재건축사업에 가려진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고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대수선을 하거나 증축하는 것으로,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전면철거 대신 기존단지 본 틀을 유지한 채 층수를 올리거나 일부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준공연도 기준 15년 이상이면 사업추진이 가능해 준공 후 30년인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사업추진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이번 8·2대책으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곳들도 속속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 청약제도 강화 등 고강도 규제로 강남권 재건축사업의 경우 촘촘해진 규제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 추진단지는 투기나 과열의 온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연에 따른 수혜를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단지라면 이번 대책을 기점으로 리모델링 쪽으로 좀 더 디울 수 있지 않을까"라며 "특히 이번 대책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만큼 이 일대를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미 강남권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있다는 후문이 있다"고 귀띔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건폐율 등의 규제가 완화되고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도 받지 않아 재건축의 대안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며 "특히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경기 과천시, 서울 등이 8·2대책으로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강남구 개포동 대청 △개포동 대치2단지 △서초구 잠원동 한신로얄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숀 △강서구 등촌동 부영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신로얄은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가구간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는 리모델링 사업을 택했다. 현대맨숀과 등촌부영,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솔마을5단지 등이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았다.

옥수극동의 경우 최근 진행한 입찰에서 쌍용건설만 참여하면서 유효경쟁입찰 성립에 실패, 유찰됐다. 하지만 조합 측은 시공사 선정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로 조성 23년을 맞이한 수도권 1기 신도시 가운데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심의를 처음으로 통과한 단지가 나오면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당에서 리모델링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정자동 한솔5단지(1156가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리모델링 안정성 검토 심의를 통과했다. 본 심의는 기본 리모델링 설계안을 토대로 수직증축의 안전성을 따져보는 절차로, 1기 신도시 아파트 중에서는 한솔5단지가 처음으로 통과했다.

한솔5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이달 중 성남시의 건축심의를 받고 이를 토대로 조합원 권리변동계획 수립 절차를 밟는다. 연내 건축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시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고 하반기 주민 이주와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단지 외에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770가구), 4단지(1006가구),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563가구),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562가구) 등 4곳도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들 단지는 안전진단 결과 모두 B등급 이상을 받아 수직증축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느티3·4단지와 무지개4단지 등 3곳은 이미 지난 3월 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하고 안전성 검토를 의뢰해 현재 전문기관의 안전성 검토 심의를 받고 있다. 3곳에 대한 건축심의는 오는 9~10월 예정돼 있다.

이들 단지가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면 한솔5단지와 마찬가지로 이후 건축심의를 받고, 사업계획 승인 신청, 주민 이주 및 착공 등의 절차를 밟는다. 매화1단지는 안전성 검토 의뢰를 하기 전 단계인 건축설계 중이다.

다만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재건축 사업이 여전히 수익성이 높은 만큼 재건축 방식을 선호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건설기업 입장에서도 공사가 까다로운 만큼 참여 기업이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설계상 제약이 있는 만큼 최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4베이를 구현하기 어렵거나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리모델링 활성화 차원에서 내력벽 일부 철거 허용을 추진하다 안전상의 이유로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한 일반분양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기회를 놓친다는 점에서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 아파트 리모델링이 전면 도입된 2003년부터 서울에서 사업이 완수된 사례는 모두 14곳·2900가구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낮아 기대수익이 높지 않고, 평면구조도 다양하지 않아 시공사보다 조합원들 자체가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며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끝난 이후 중층 이상 신도시급 단지들이 대대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상, 단순히 8·2대책만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 방향과 리모델링 사업이 맞물려 있는 만큼 내력벽 철거 등과 관련된 법 개정 등의 환경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내력벽을 허무는 방식의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2019년 3월까지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해 온 상당수의 아파트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 등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가 어느 정도 입증된 데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뉴딜 정책에도 리모델링 사업이 필요한 만큼 이 사업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일부 단지들은 이번 규제를 계기로 리모델링으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도 "다만 리모델링시 내력벽 철거 제한이 아직 존재하는 등 사업의 한계도 명백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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