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갑질 근절]

김상조 공정위원장 "미스터피자類 하림·BBQ처럼 처리"… 직권조사에 방점

일부 권한 시·도 이양, 법 집행 단순화… 공정위 재계 저승사자로 거듭나
"적당할 때 CJ·롯데 만난다"… 모범기준 등 자율 상생방안 마련 주문
"유통업 성장성 떨어져 정책 고려 시급"… 서비스발전법 처리 언급 눈길

임정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8.13 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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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분야 갑질근절대책 설명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갑질 문제와 관련해 미스터피자와 같은 사례를 하림·BBQ처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을 통한 근절대책에 기대기보다 공정위 직권조사를 통한 제재가 더 실효적이라는 것이다.

유통부문과의 연장 선상에서 김 위원장은 노동단체가 반발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가 더 늦어져선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적당한 때 CJ·롯데 등 유통대기업과 만나겠다고 했다. 유통부문의 상생방안 마련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설명하며 공정위 소관을 넘어서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여러 업태가 복잡하게 공존하는 유통업분야는 충돌하는 2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며 "산업의 성장성이 떨어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보건의료를 포함할지를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있었다"며 "논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더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에)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된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집행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모든 경제법에 공정 경쟁 논리를 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정위는 하반기에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기획반(TF)'에서 전속고발제 개편, 사인이 금지청구제 도입 등 다양한 과제를 검토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법 집행과 관련해 일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는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공정위 역할론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법 개정을 통한 갑질대책보다는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통한 직접 제재가 더 실효성이 있다는 태도다.

그는 오찬간담회에서 유통분야 갑질대책의 법 개정과 관련해 "솔직히 법 개정은 크게 기대 안 한다"며 "특정 다수가 관련된 갑을관계 문제는 신고사건에 매몰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직권 조사와 제지가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통분야 갑질 근절대책에서 제시한 15개 세부과제 중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절반쯤인 7개다. 특히 이번 대책의 뼈대를 이루는 3배 의무 손해배상제 도입, 복합쇼핑몰·아웃렛 유통법 적용,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 시 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의무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법 개정은 국회가 한다. 협의할 계획이지만, 실현 여부는 알 수 없다"며 "3배 의무 손해배상제만 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때 논란이 많았다. 배상액을 3배수로 못 박기는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시장 감시 방안과 관련해 미용·가전 전문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중점관리를 밝혔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할 수 있어도 못해 비판받아온 것들"이라며 "200건 집단민원이 2번이나 들어왔던 미스터피자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하림, BBQ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 이미 서면조사에 들어가 취임 이후 분석이 완료됐다"며 "직권조사 대상 선정은 위원장 권한으로, 취임 이후에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이번 유통분야 대책에도 가맹분야처럼 지자체에 권한을 일부 넘기는 방안을 포함했다. 공정거래조정원에만 설치된 유통 관련 분쟁조정협의회를 각 시·도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납품업체의 접근성을 고려해 신속한 피해구제를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공정위 본부에 쏟아지는 신고사건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미스터피자 같은 집단민원에 대한 직권조사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 깔렸다.

자잘한 신고사건은 소비자원·조정원·지방사무소에 맡기고, 공정위는 법 집행을 단순화해 50~60개 대기업집단에 '재계 저승사자'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조만간 서울·경기와 권한 이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겠다고 수차례 밝히는 것도 국회를 우회적으로 압박해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위원장으로선 그동안의 갑을 관계가 역전돼, 법 개정의 칼자루를 쥔 국회를 설득하는데 여론몰이만 한 수단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유통대기업 관계자와 만나겠다고도 밝혔다. 자발적인 업계 상생방안 마련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적당한 기회에 대기업집단인 CJ·롯데와 접촉할 계획"이라며 "민원 집중 발생 영역에 관해 협의해 상생을 요청하고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점 거리제한처럼) 보이지 않는 규제 효과가 있는 업계 '모범기준'이 지난 보수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에 손톱 밑 가시가 돼 없어진 것은 실수"라며 "갑을 문제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경성법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모범기준 같은 연성규범을 만들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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