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크루즈 관광객 31만명, 전년比 56.9% 감소중국 의존도 91%… 대만 등 시장 다변화 늦어
  • ▲ 크루즈.ⓒ연합뉴스
    ▲ 크루즈.ⓒ연합뉴스

    해양산업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던 크루즈(유람선) 산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처지가 됐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이어 2년 만에 중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이달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크루즈 산업 관련 내용은 아예 빠진 것으로 전해져 달라진 위상이 실감된다.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밝힌 크루즈 관광객 유치 목표는 200만명 규모다.

    1월 국내 크루즈 관광객은 10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명보다 74% 증가했다. 2월도 10만1000명으로 71% 늘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올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항구에 들른 크루즈 관광객은 181항차에 총 31만7110명이다. 이는 올해 목표치의 15.9%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5항차 73만5751명보다 134항차 41만8641명이 적다. 56.9%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해도 17항차 6만8738명이 줄었다.

    제주항의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해 207항차에 걸쳐 50만1595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들렀던 제주는 지난 6월까지 90항차 동안 18만3079명이 찾는 게 그쳤다. 지난해의 36.5% 수준이다.

    부산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74항차 19만2767명이던 크루즈 관광객이 올해는 59항차 10만1751명으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사드 보복에 국내 크루즈 산업이 흔들린 것은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다. 지난해 크루즈 관광객 총 195만명 중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91%를 차지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중국의 크루즈 관광 수요가 늘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며 "현지 여행사들이 한국 기항지 관광상품을 내놓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대만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만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달 8일과 13일 유람선 '코스타 포츄나 호'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들은 부산에 내려 지역 명소를 둘러본 뒤 대만 기륭항으로 돌아갔다.

    다음 달 8일·19일에는 '프린세스 사파이어 호'가 부산에 입항할 예정이다. 1항차당 대만 관광객 2500~2600명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방문 규모는 유커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크루즈 산업은 지난 정부에서 해양산업의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으로 꼽혔다.

    정기 유람선이 국내에 처음 기항한 2005년 3만명이던 관광객은 2010년 17만명, 2013년 80만명, 2014년 106만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유커 증가에 도취해 시장 다변화에 소홀한 사이 외부 요인에 의해 부침을 거듭하면서 취약한 산업 안정성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2015년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크루즈 관광객이 88만명에 그쳐 성장세가 한풀 꺾인 뒤 지난해 195만명으로 반등했으나 올해 다시 사드 후폭풍에 휩쓸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약속했던 국적 크루즈 선사는 출범 시기가 요원한 실정이다.

    크루즈 산업을 견인해왔던 해수부는 관망세를 넘어 무기력한 모습마저 연출하고 있다.

    해수부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새 정부의 첫 부처 업무보고에서 침체한 크루즈 산업과 관련해선 아예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부에서 해양 신산업과 관련해 크루즈 산업은 해수부 업무보고의 단골 메뉴였다.

    한편 해수부는 오는 24∼27일 제주에서 열리는 제5회 국제크루즈포럼에서 60여개 홍보 부스를 차려놓고 크루즈 관련 사업설명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