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뿌린 보도자료 재탕 수준… 내용 없어 장관은 브리핑서 빠져식약처 유통 달걀 대책 아직인데… 판매중 달걀 안전성 홍보 엇박자
  • ▲ 달걀 살충성분 조사 위한 시료 채취.ⓒ연합뉴스
    ▲ 달걀 살충성분 조사 위한 시료 채취.ⓒ연합뉴스

    국내 친환경인증 농가의 달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이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 대책회의를 졸속으로 추진해 눈총을 샀다.

    농식품부는 15일 오후 김영록 장관 주재로 제2차 달걀 살충제 대책 기획반(TF) 회의를 열고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의 달걀 출하중지와 전수조사 등 후속 조처를 점검했다.

    농식품부는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안전관리 대책과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내놓은 안전관리 대책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오후 1시께 배포한 안전관리 추진상황 보도자료와 다를 게 없었다.

    오는 17일까지 전수 조사를 마치고 검사증명서를 받은 달걀만 유통을 허용하겠다는 내용 그대로였다. 장관이 직접 나서 비공개로 회의를 챙겼지만, 추가로 확인했거나 공개한 내용은 없었다.

    달걀 수급 관리를 강화하고 시장 동향을 살피기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통해 매일 2회 이상 시장 상황을 살피겠다는 내용이 고작이었다.

    더욱이 농식품부는 대형유통업체와 손잡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농식품부는 대형유통업체와 협의를 거쳐 매장에서 판매 중인 달걀과 관련해 사전 검사를 거쳤으니 안전하다는 홍보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달걀은 대형할인점에서 전체의 36%가 유통된다.

    문제는 달걀 출하 금지가 이날 0시부터 이뤄졌고, 살충성분 '피프로닐'은 보통 사용 후 30일 동안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번에 살충성분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 산란계 농장에서 달걀 시료가 채취된 건 지난 9일이다. 결과는 14일 오후 2시에 나왔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엿새간 무방비로 유통된 달걀이 15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대형할인점 등에서 '판매 중인 안전한 달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구분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통업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살충성분을) 검사할 수 있다"면서 "오늘(15일)부터 유통업체에서 자체적인 사전 검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직 기존에 유통·소비된 달걀의 안전성과 관련해 공식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민감한 식품 안전 문제를 유통업체 손에 맡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살충제 달걀 관련 브리핑에 김영록 장관 대신 나서 고개 숙인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정책실장.ⓒ연합뉴스
    ▲ 살충제 달걀 관련 브리핑에 김영록 장관 대신 나서 고개 숙인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정책실장.ⓒ연합뉴스

    김 장관의 브리핑 불참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애초 농식품부는 대책회의가 끝나고 김 장관이 직접 회의 결과와 앞으로 대책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정된 브리핑 시각을 30여분 앞두고 김 장관 대신 허태웅 식품산업정책실장이 브리핑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관이 회의 모두발언에서 밝힌 내용과 브리핑 내용이 겹칠 수 있고 담당 실장이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식품부 설명과 달리 허 실장은 브리핑 도중 기본적인 전수 조사대상 농가 수와 시기에 대해 잘못 설명해 담당 과장이 보충 설명을 통해 바로잡는 촌극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좋은 소식이 아닌데 장관이 계속 TV뉴스 화면이나 신문 사진에 노출되는 게 싫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책임지는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국내 농가에서 최근 유럽에서 문제가 되는 살충제 성분(피프로닐)이 검출돼,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 ▲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연합뉴스
    ▲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