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33개 사용자 산별교섭 참여·협의회 복원 촉구성과연봉제 폐지로 노사갈등 해소…복귀명분 없어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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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요구한 산별 중앙 교섭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권 노사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주요 은행들이 사용자협의회로 복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17일부터 2017년 산별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3개 사측 대표에 참석을 요구한 상태다.

    금노는 산별교섭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은행과 공기업들의 사용자협의회 복귀부터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각 단체 대표들이 만나 교섭을 진행해야하는데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 갈등으로 금융사들이 협의회를 탈퇴하면서 대화 창구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화로 갈등 쟁점이 사라진 만큼 금노와 사용자가 금융권에 쌓인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금노가 먼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구체적인 교섭 날짜와 안건들을 공식 발표하며 주요 은행과 공기업을 강하게 압박하는 중이다.

    일자리 창출 방안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년실업 해소 등 문재인 정부 추진 과제와 궤를 같이하는 안건들을 제시하며 사용자측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요 은행들 역시 내부적으로는 사용자협의회 복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내부 갈등은 최소화하고 잡음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은행 노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동선언을 체결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칫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희망퇴직 이슈를 매끄럽게 마무리 짓는 등 노사 협력의 좋은 사례를 남겼다.

    기업은행도 최근 법원의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 판결을 수용하고 9월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폐지 안건을 상정·의결키로 하며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은행 노사가 대립각을 거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셈이다. 

    다만 장밋빛 분위기와는 별개로 은행과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복귀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각 은행마다 내부 사정이 다르다보니 교섭 안건도 제각각인데 굳이 공동 교섭을 진행하는 사용자협의회 복원이 그리 반갑지 않아서다. 

    사용자협의회 탈퇴 이유였던 성과연봉제가 폐지됐어도 즉각 인정하고 복귀하기에는 대외적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이처럼 사정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사용자협의회 의장이었던 은행연합회가 총대를 메주길 바라는 금융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회원사들의 자발적 탈퇴'를 이유로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금융공기업과 은행들이 스스로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기 때문에 복귀 여부 역시 각 은행들이 결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용자협의회에는 현금수송업체인 한국금융안전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복귀를 원하는 은행과 공기업들은 이 곳의 동의를 받아 사용자협의회에 재가입하면 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에 가장 앞장섰는데 정권 교체로 사실상 실패했다"며 "임기 내 가장 역점을 뒀던 안건의 결과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사용자협의회 복원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 회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고 회원사의 자발적 움직임이 없다면 결국 협의회 복원 과제는 차기 회장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