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물망단기적 전·월셋값 상승 등 부작용 우려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 상가 내 즐비해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기사 내용과는 무관.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 상가 내 즐비해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기사 내용과는 무관. ⓒ연합뉴스


    양도소득세 강화 등을 담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투자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대책)'으로 다주택자에게 가중된 세금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방위적인 부동산규제로 집값 조정세가 나타나면서 전세수요는 늘어나는 데 반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전셋값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세입자 보호방안으로 내건 전월세상한제 및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이 속도를 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42%에 그쳤던 서울 전세가율은 지난달 72%까지 뛰었다. 전국 평균도 같은 기간 55.5%에서 75.3%로 수직 상승했다. 그만큼 전셋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8·2대책 이후 전세시장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둔 데다 8·2대책 이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매매수요가 매수를 보류하고 전세시장으로 추가 유입되면서다.

    실제 일부 인기지역에서는 전셋값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말 15억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달 17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서초구 대표 단지인 '반포 자이' 경우에도 전용 84㎡ 전셋값이 8·2대책 이전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 호가가 13억원까지 올랐다.

    지난달부터 이주에 들어간 '둔촌주공(5930가구)'과 올 하반기 이주를 시작하는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등 정비사업지역 주변으로는 벌써 물량이 없어 전세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다음 달 내놓을 추가 부동산대책인 '주거복지 로드맵'에 실효성 있는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이 담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임대차시장 안정화 정책으로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이 거론된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사를 통해 이들 제도의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김현미 장관은 "전월세 폭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 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어 더 이상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와 같은 제도 도입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권리에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연간 임대료 상한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치솟는 임대료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임대료를 규제하는 방안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이 복수의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에 한 차례 재계약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사회통합형 주택 정책의 하나로 계약갱신청구권을 단계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도 국회의원 당시인 지난해 7월 주택 임차인이 4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계약생신청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다만 두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최신 개정안은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4명이 지난 3월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아직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중이다. 본회의 상정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으며 상정되더라도 야당과 단기간에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이들 제도의 도입 방침이나 스케줄 등 추진 방향 정도만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책의 우선순위는 임대등록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관련, 그 효과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거나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임기 내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방향성에 따라 내달 발표되는 '주거복지 로드맵'에 이 같은 제도의 추진 방향이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들 대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국지적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집주인이 길어지는 임대기간 동안 제한되는 임대료 상승분을 초기 임대료를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시장에 공급 계획을 미리 알림으로써 불안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전월세상한제의 부작용은 단기간에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는 것과 장기적으로 임대인이 주택관리에 소홀해지면서 민간공급 임대주택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과 주택에 한해 적용하는 방안도 당초 세입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 전세난 우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를 통해 일차적으로 임대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