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소상히 알려라" 대통령 지시 무색
  • 허태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정책실장이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관련 브리핑 도중 발표 숫자를 정정하고 있다.ⓒ연합뉴스
    ▲ 허태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정책실장이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관련 브리핑 도중 발표 숫자를 정정하고 있다.ⓒ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달걀'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라는 대통령 지시에도 국민 눈높이보다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 대처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소비자가 살충제 달걀을 구별할 수 있는 지역·농장 정보(식별코드)를 제공하는 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협업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 대해 이틀째 살충제 달걀 전수검사를 벌여 17일 오전 5시 현재 검사대상 1239개 농가 중 876곳(친환경농가 683·일반농가 193)에 대해 검사를 마쳤다.

    검사결과 25곳이 살충제 성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추가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살충제 달걀이 확인된 부적합 농가는 총 31곳으로 늘었다.

    31개 농가 중 피프로닐 성분은 8곳,  닭 진드기용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은 21곳, 플루페녹수론·에톡사졸 성분은 3곳에서 각각 확인됐다.

    광주 광산구 병풍산농원에선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동시에 검출됐다.

    문제는 농식품부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부적합 농가 현황을 집계·관리한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이 나온 뒤에야 살충제 성분 중복 검출 농장에 대해 설명했다.

    더욱이 해당 농가는 농식품부 자료에 비펜트린 초과 검출 농가로만 표시됐다. 이는 살충 성분별 부적합 농가 현황에도 영향을 주어 실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8곳임에도 보도자료에는 7곳으로 표기됐다.

    피프로닐은 닭에는 사용이 금지된 성분으로 작은 양이라도 검출되면 안 된다. 비펜트린은 사용 자체는 허용돼 있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성분의 검출량도 공개하지 않았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정책실장은 "새벽에 양계장에서 자료를 받았는데 (집계 과정에서) 농약 잔류량이 많은 것을 우선 표기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는 비펜트린도 허용치를 초과하면 부적합 판정을 받아 달걀을 회수·폐기하므로 살충제 성분 표기가 빠졌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소비자로선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한 농가의 정보를 정확히 알 필요와 권리가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멋대로 정보를 재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살충제 달걀 파동과 관련해 "총리가 범정부적으로 종합 관리하고, 현재 진행되는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력대응을 지시했었다.

    농식품부는 식약처와의 협업에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부적합 농가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전날 식약처가 유통 중인 달걀에서 확인한 충남 천안시 시온농장과 전남 나주시 정화농장를 빠뜨린 채 발표했다.

    취재진의 문제 제기 이후에야 부적합 농가 집계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뒤늦게 정정하는 촌극이 이날도 반복됐다.

    농식품부 보도자료에는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살충제 달걀 식별코드도 빠져 있어 빈축을 샀다.

    자료에는 부적합 농가의 주소와 농가 이름이 적혔지만, 정작 달걀 껍데기에 찍힌 식별코드 정보는 누락됐다. 식별코드를 보유한 식약처와의 협업이 매끄럽지 않다는 방증인 셈이다.

    현재 달걀은 생산단계에선 농식품부가, 유통·소비단계는 식약처가 담당하는 이원화된 체계다.

  • 달걀 껍데기 숫자의 의미.ⓒ연합뉴스
    ▲ 달걀 껍데기 숫자의 의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