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일진전기, 올 상반기 매출·순익 동반 성장구릿값 상승에 해외 전력인프라 수요 급증…연말까지 성장 지속 전망
  • ▲ 명노현 LS전선 대표(왼쪽)와 에사 빈 힐랄 알 쿠와리 카타르 수전력청장이 지난 1일 초고압 케이블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LS전선
    ▲ 명노현 LS전선 대표(왼쪽)와 에사 빈 힐랄 알 쿠와리 카타르 수전력청장이 지난 1일 초고압 케이블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LS전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닥친 각국 경기 둔화 탓에 내리막길을 걷던 국내 전선 업계가 10년만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해외 수주 확대와 구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LS전선·대한전선·일진전기 등 국내 주요 전선 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동반 성장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LS전선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45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61억원, 266억원으로, 전년보다 4.3%, 20.3% 늘었다.

     

    대한전선의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대한전선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 69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7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14억원으로 무려 174.4% 늘며 3배에 가까운 실적을 거뒀다.

     

    별도뿐 아니라 연결재무제표상의 실적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6534억원이던 매출은 7602억원으로 16.3% 늘었고, 영업이익도 122억원에서 233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89억원에 달하던 당기순손실도 38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일진전기는 올해 상반기 매출 3639억원, 영업이익 40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9.6%, 4.1% 올랐다.

     

    이같은 전선업계의 성장은 잇따른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함께 구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선 업계의 경우 구리 가격이 오르면 '에스컬레이션 조항' 혜택을 받는다. '에스컬레이션'은 전선 납품계약을 맺을 때 구리 가격이 오르면 납품 단가를 인상하는 것으로, 전선업계에서는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선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신장된다. 

     

    구리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가 늘어나면서 최근 2년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서는 톤당 4793달러에서 지난 4일 기준 톤당 6330달러로 32.1%가 치솟았다. 이같은 강세 흐름은 내년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어서 전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평균 구리 가격은 올해 3분기 5826달러에서 내년 3분기 5969달러로 오르고, 내년 4분기에는 6000달러를 넘어 602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해외 수주 훈풍도 불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6월과 7월 싱가포르 전력청에서 발주한 3700억원 규모 초고압 케이블과 620억원의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달초에는 카타르 수전력청과 219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계약도 체결했다. 또 이탈리아 최대 초고속 통신망 구축사업에 약 200억원 규모의 광케이블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한전선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과 싱가포르, 중동 등에서 대규모 수주 성과를 냈다.

     

    전선업계는 하반기로 갈수록 수주와 매출 물량이 많아지는 업계 특성을 고려할때 올해 연말까지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 전력 케이블 교체에 나선 미국과 중동시장 등지에서의 발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선업계는 이에 발맞춰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 LS전선은 지난 3월 미국 현지에 전력 케이블 생산법인을 세웠다. 대한전선은 지난 2월 전력기기 법인인 '사우디대한'을 설립하고, 다음달 공장을 완공해 본격 가동한다. 대한전선은 또, 지난 4월 영국지사를, 오는 9월 미국 동부지사 등을 신규 설립해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다. 일진전기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초고압 케이블 공급 자격을 획득하고 진출을 본격화했다.

     

    LS전선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에서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와 노후 케이블 교체 등 대형 입찰들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고수익 제품 위주의 수주, 글로벌 고객 접점 확대, 품질 우선주의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