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이상 포함 전망… 5조~10조 구간 신설 김상조 위원장 "IT기업 시장 지배력 규제 필요"
  • ▲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던 한국타이어·코오롱·동부·한라 등이 다음 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할 준대기업집단에 포함돼 다시 규제대상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정보통신기술(IT)기업에 대한 규제를 벼르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 검색포털 1위 네이버는 지정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관심사는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지 여부다.

    일각에선 법인이나 이 전 의장의 동일인 지정에 큰 차이가 없어 관례에 따라 이 전 의장의 총수 지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50개 이상… 5조~10조 구간 신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다음 달 초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바뀜에 따라 다음 달 19일까지 지정하면 되지만, 통상 1일에 발표해왔던 만큼 지정 시기를 앞당긴다는 게 공정위 내부 방침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발표 시기는 다음 달 1일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이번 지정에는 자산 규모 5조~10조원의 준대기업집단 구간이 신설됐다.

    공정위는 그동안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왔다.

    지난해는 달라진 경제 규모 등을 반영해 대기업집단의 기준을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으로 올리고, 공기업은 제외했다.

    지난해 4월 65개였던 대기업집단은 9월에 바뀐 기준에 따라 공기업 포함 37개 집단이 빠지면서 28개로 줄었다. 올해는 지난 5월 31개 집단이 새로 지정된 상태다.

    하지만 지정 기준이 상향되면서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와 사주의 지배력 남용 등을 막아왔던 규제의 공백이 우려됐고, 이를 보완하고자 5조~10조원 준대기업집단 구간을 신설하기로 법이 개정됐다.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관심은 준대기업집단에 어느 기업이 포함되느냐다.

    공정위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어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과거의 지정 사례와 자산 증가율을 고려할 때 지난해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던 민간기업이 대거 준대기업집단으로 묶여 규제대상에 다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2014년 대기업군으로 63개 집단을 지정했다. 이듬해는 61개, 지난해 4월에는 65개를 각각 지정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보면 증감 폭이 2~4개 집단으로 크지 않다.

    또한 30대 대기업집단의 최근 5년간 자산 증가율을 보면 자산 규모에 따른 소그룹별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여서 변동 폭이 작은 편이다.

    2013년부터 올 4월까지 상위집단(1~4위)의 자산 증가율은 20.8%, 중위집단(5~10위)은 17.1%였다. 이에 비해 하위집단(11~30위)은 6.6%로 차이를 보였다.

    상·중위집단은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순위 변동도 없었다.

    변동의 여지는 있으나 30대 대기업집단 이후로 추가될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군이 지난해 9월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4월과 올해 5월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하림의 신규 지정이 눈에 띄는 정도다. 나머지는 하위집단(11~30위)에서 기존 기업집단끼리 두세 단계 범위에서 순위가 오르내렸을 뿐이다.

    하림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증가해 지난해 4월 대기업집단(38위)으로 신규 지정됐다. 올해 5월에는 부동산 매입 등으로 말미암아 자산 규모 10조원을 넘어 30대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1년 새 하림의 자산총액이 6000억원쯤 올라 30대 대기업집단 반열에 올랐지만,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상위권의 8개 공기업집단이 지정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순위 변동은 없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면 준대기업집단에는 지난해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던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보험 △동부 △한라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세아 △중흥건설 △이랜드 △한국지엠 △태광 △태영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셀트리온 △하이트진로 △삼천리 △한솔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기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범위를 특정할 순 없으나 대략 50개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지정된 65개 대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하면 53개 집단이 남는다. 지난해 명단에서 빠졌던 기업집단 대부분이 다시 포함될 거로 분석하는 이유다.

  • ▲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연합뉴스
    ▲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연합뉴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동일인 되나… 4.6% 지분, 영향력이 관건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뜨거운 감자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해 일부 해외법인이 집계에서 빠지면서 자산 규모 4조3000억원대로, 지정 기준에 못 미쳐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올해는 급성장을 보이고 있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첫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5597억원을 달성했다.

    네이버도 지정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관심사는 공정위가 창업자인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지 여부다. 지난해 4월 대기업집단에 첫 이름을 올린 인터넷 기업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었다.

    동일인은 해당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을 뜻한다. 보통 기업집단의 총수가 동일인으로 지정된다.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동일인은 각각 이건희, 정몽구 회장이다.

    공정위가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이 전 의장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 부당이익 제공 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가족의 주식 소유 현황 등도 공개해야 한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전 의장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외부에 공인되며 집단 지정 자료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쟁점은 이 전 의장과 네이버가 동일인을 이 전 의장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의장은 지난 14일 직접 공정위를 찾아 견해를 밝혔다. 네이버도 16일 기업집단 지정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총수 없는 기업집단' 지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네이버는 자료에서 "네이버는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공개 회사로, 어떤 개인도 주인이 될 수 없다"며 "해당 규제는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이므로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네이버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로 특정 개인이나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재벌그룹과는 지배구조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지정된 31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 없는 기업집단은 총 7개다.

    케이티(KT)·포스코·케이티앤지(KT&G) 등은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애초 총수가 없었다. 에쓰오일은 해외주주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은 중앙회가 설립했고,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은 현재 채권단이 지배하는 구조다.

    개인이 세운 민간기업이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다.

    관건은 이 전 의장의 지분율과 지배력이다.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0.76%)이다. 이 전 의장 보유 지분은 4.6%다. 개인 주주 중에선 가장 많다.

    이 전 의장은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왔다. 지금은 해외 투자를 맡고 있다. 후임 의장은 변대규 휴맥스 대표다. 겉으로는 이 전 의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듯한 인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전 의장 주장을 보면 동일인 관련자라 할 수 있는 친족지분이 별로 없어 지분에 중요하게 영향을 끼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네이버는 라인을 비롯해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네이버웹툰 등 대부분 자회사를 순환출자 없이 직접 소유하고 있다.

    동일인이 해당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을 의미하므로, 네이버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네이버에 아직 이 전 의장의 지배력이 미칠 수 있고, 그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창업자인 이 전 의장이 여전히 지분을 갖고, 현재진행형으로 회사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 논란거리다. 2선에서 네이버의 인사나 투자 등 주요 결정사항에 입김을 행사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네이버로선 김상조 위원장이 IT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온 것도 악재로 꼽힌다.

    일각에선 나중에 동일인을 바꿀 수 있으므로 공정위가 일단 창업자로서 현직에 있는 이 전 의장을 총수로 간주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동일인으로 지정할 법인이나 자연인에 큰 차이가 없다면 오히려 관행대로 법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연인을 총수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