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존 계약선사 낙찰 받도록 '존중' 합의"NYK·MOL·KL 등 8개사 검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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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 자동차 해상운송사업자들이 10년 넘게 시장분할·가격 담합을 해오다 수백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자동차 해상운송서비스는 자동차 운송용 선박을 이용해 완성차를 대량으로 운송하는 서비스다. 자동차 운송용 선박은 화물창이 다층구조이며, 가교를 통해 바로 자동차가 선내로 드나드는 방식으로 선적·하역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공정위는 자동차 해상운송 서비스 시장에서 시장분할 담합과 가격 담합을 행한 9개 다국적 자동차 해상운송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30억원을 부과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상운송사업자는 니혼유센(NYK, 48억8300만원))·쇼센미쓰이(MOL, 168억6300만원)·카와사키키센(KL, 128억2400만원)·니산센요센(NMCC, 6억8500만원)·이스턴 카라이너(ECL, 2억6600만원) 등 일본계 5개사, 짐 인터그레이티브 쉬핑 서비스 엘티디(ZIM, 1억2200만원) 등 이스라엘계 1개사, 발레리어스 빌렐름센 로지스틱스 에이에스(WWL, 41억2200만원) 등 노르웨이계 1개사, 콤빠니아 수드 아메리까나 데 바뽀라스 에스에스(CSAV, 6억8500만원) 등 칠레계 1개사, 유코카캐리어스(EUKOR, 20억3100만원) 등 한국계 1개사다. 공정위는 이들 9개사 가운데 ZIM을 제외한 8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9개 다국적 자동차 해상운송사업자들은 지난 2002년 8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최소 10년간 GM·르노삼성 등 자동차 제조사가 진행한 해상운송사업자 선정을 위한 글로벌 입찰 등에서 해상운송노선 별로 기존의 계약선사가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당해 선사를 존중'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여기서 말하는 '존중'이란 해상운송사업자들이 각자 기존 계약노선에서 계속 수주받을 수 있도록 서로 경쟁하지 말자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계약선사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각 해상운송 노선별 기존 계약 선사를 위해 입찰에 참가하지 않거나 고가의 운임으로 투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들 9개사들의 구체적인 합의 실행은 주로 해상운송 노선별로 자동차 제조사의 글로벌 입찰이 실시되는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상대방의 기존 계약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계약에 대해 '존중'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전세계 여러 노선에서 유사한 합의가 동시 다발적으로 실행됐다.

     

    공정위는 이들의 합의 배경으로 ▲과거부터 해상운송서비스 시장은 해운동맹이 존재 ▲선박공간을 상호활용하는 등 선사들간의 빈번한 접촉 등을 지목했다.

     

    실제 2002년 8월 해운선사 고위임원들의 모임인 고위급모임에서 주요 선사들은 '타사 계약 화물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는다'는 기존 계약선사 존중 원칙에 합의했다.

     

    공정위는 "해운선사들간에는 최소한 2000년대 이전부터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지 말고 기존 계약선사를 존중함으로써 각자 서로가 기존 해상운송 노선에서 계속 운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고 설명했다.

     

    NYK와 ZIM의 경우에는 한국발 이스라엘행 노선에서 2008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현대자동차 차량에 대한 해상운송서비스 운임 수준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스라엘 노선은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에 1번이라도 기항한 배는 아랍국가에 입항할 수 없는 소위 '아랍보이콧' 원칙이 있다.

     

    '아랍보이콧' 때문에 해운선사들도 이스라엘 노선에 1번 투입한 선박은 다른 중동·지중해행 노선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도 NYK와 ZIM만이 해당 노선에서 운항하고 있다. 그만큼 다른 노선보다는 합의가 협성되기 쉬운 구조였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수출입 관련 시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행한 국제 담합 행위를 엄중히 제재해 소비자 후생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국제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사업자 국적과 담합이 이뤄진 장소를 불문하고 철저히 감시해 엄정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세계 자동차 해상운송서비스는 NYK와 MOL, KL 등 일본계 3사가 시장을 주도 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9개사가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약 10조5000억원으로, 국내 시장은 수출차량 기준 약 2조400억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