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생산량 전년보다 2% 정도 감소하반기 경영환경, 한미 FTA· 車노조 파업 등 악재 예고
  • ▲ ⓒ현대제철
    ▲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북미시장에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그룹사인 현대기아차가 판매 부진에 시달린 탓에 현대제철 미국법인 판매량도 덩달아 줄어든 것. 한미 FTA 개정·노조 파업 등 현대·기아차에 닥친 대내외 악재를 감안할 때, 하반기 현대제철 미국법인 판매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미국 앨라배마 법인(HSAL)은 올 하반기 생산계획을 전년대비 15% 줄였다. 현대·기아차의 북미시장 판매부진 여파 때문이다.

    현대제철 미국 앨라배마 법인은 지난 2003년 4월에 설립됐다. 현대차가 앨라배마 공장을 건설하면서 자동차강판 공급을 위해 당시 현대하이스코도 스틸서비스센터를 만든 것. 2015년 현대하이스코가 현대제철에 인수되면서 미국 앨라배마 법인 또한 자연스레 현대제철에 귀속됐다.

    현대제철 미국 앨라배마 법인은 슬리터, 쉐어, 블랭킹 등 가공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40만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스틸서비스센터는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공장 인근에 위치하면서 현대제철로부터 자동차 강판을 받아 이를 절단·가공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현대기아차 현지 판매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다.

    상반기 현대제철 미국법인 판매물량은 전년대비 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기간 현대차 미국 판매가 34만6000대로 7.4% 줄은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 역시 전년대비 9.9%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는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하반기다. 한미 FTA 개정, 노조 파업 등 현대차의 생산 및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미국법인의 하반기 경영 환경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미 FTA 개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과 미국은 서울에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하고, FTA 개정 협상 여부 등을 논의했다.

    그 중 자동차와 철강산업은 트럼프 정부가 주장하는 무역 불균형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FTA 재협상으로 무관세였던 자동차에 관세가 매겨진다면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한미 FTA가 하반기 자동차업계의 대표적인 악재로 부상한 이유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도 간과할 수 없는 악재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에 따른 공장 가동중지로 3조1000여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 상반기 영업이익(3조1042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현재 부분파업에 그치고 있지만, 전체 파업으로 확산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현대기아차의 불투명한 전망에 따라 현대제철이 미국 법인 생산계획을 조정했다는게 업계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구조 아래 그룹사 판매가 부진하면 현대제철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