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BAT코리아 "세금 인상 확정시 가격 인상 불가피"일부 편의점서 사재기 조짐까지… 빠르면 이달 안,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통과될 듯
  • ▲ 아이코스. ⓒ필립모리스
    ▲ 아이코스.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인상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세금 부과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 등 궐련형 전자담배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은 "몸에 덜 해로운 담배이기 때문에 일반 담배와 똑같이 개별소비세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해성의 정도를 떠나 담배를 '덜 나쁜 담배', '더 나쁜 담배'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하고 덜 해로운 담배라고 해서 담배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담배도 고타르, 저타르가 있고 니코틴 함량도 다 다르지만 세금을 똑같이 매기고 있는데 궐련형 전자담배에만 개별소비세가 붙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유해성의 정도를 떠나서 담배 자체는 건강을 위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 측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세금 인상으로 인한 모든 부담을 조금도 감내하지 않고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 담배 업체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건강에 덜 해롭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자체 조사 결과일뿐 유해성이 정확히 입증된 상황도 아니다"라며 "담배는 담배일 뿐 건강에 좋은 담배, 나쁜 담배는 있을 수 없다. 궐련형 담배에 그간 비정상적으로 부과되지 않던 세금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1갑(20개비)당 126원에서 594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한다. 

이 개정안은 지난 2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기재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미뤄졌다. 28일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세금 인상이 확정되면 '아이코스'와 '글로' 등의 담배스틱 가격이 대폭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소비자 판매가는 4000원대로 비슷하지만 개별소비세가 붙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있어왔다. 

현행법상 연초 고형물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규정이 없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파이프 담배 수준의 개별소비세인 한 갑 6g기준으로 126원만 붙는다. 일반담배 개소세(594원)의 4분의 1수준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전용 담배스틱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전용 담배 스틱인 '히츠'와 BAT코리아 '글로'의 '네오스틱'은 현재 한 갑당 43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세금이 오르면 6000원대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벌써부터 편의점에서는 사재기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개별소비세 중과세에 이어 국회와 정부의 계획대로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증세가 이뤄진다면 소비자 판매가 인상 없이는 아이코스 사업 유지가 힘들게 된다"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립모리스는 한국을 히츠 생산 전진 기지로 낙점하고 양산공장에 4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었지만 세금 인상으로 인해 이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 글로. ⓒBAT코리아
    ▲ 글로. ⓒBAT코리아

  • BAT코리아 관계자는 "세금 인상이 확정되고 나면 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 업체가 내세우는 명분은 일반 담배에 비해 궐련형 담배가 인체에 덜 해롭고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이 현저히 감소된 아이코스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 25개국에 출시됐지만 어떤 국가에서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 받은 사례는 없다"며 "이번 증세가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면 덜 해로운 담배제품에 대한 증세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아이코스 증기는 일반담배 연기에 비해 여러 국제기관에서 정한 유해물질이 평균 90% 이상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궐련연기와 아이코스 증기의 유해물질 발생량 뿐만 아니라 표준독성학, 시스템 독성학, 임상시험까지 진행한 결과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이 적다는 설명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는 아이코스에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이 나오는지 8월부터 검사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니코틴과 타르 등 2개 유해물질이 아이코스 흡연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집중적으로 검사할 방침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식약처의 요청으로 유해물질 측정실험법을 제출한 상황이다. 

    한편 국내 담배시장 업계 1위 KT&G는 내달께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인 '릴(LIL)'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이 확정된 뒤 시장에 진입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