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타이어 매각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빅 픽쳐(큰 그림)'대로 흘러가고 있다. 매각 가격 인하에 따른 우선매수청구권 부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한번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이 여러차례 강조한 이른바 '순리론'이 통한 셈이다.


    무엇보다 금호 상표권이 '신의 한수'가 됐다. 치열한 신경전으로 채권단을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잘못 꿰어진 첫 단추가 두고두고 한이 될 듯하다. 향후 책임론이 제기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금호타이어 실적이 악화된 타이밍도 박 회장에게는 천운으로 작용했다. 전현직 임직원을 비롯해 지역사회, 바이어, 호남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것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아울러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의 판단 착오도 이같은 결과를 자초했다. 당초 컨소시엄 구성에 있어서 형평성 문제라든가, 상표권 관련 금호산업과 전혀 의논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이 박 회장에게 득이 됐다.


    박 회장의 빅픽쳐는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되지 않을 때부터 그려졌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서 매매계약 이후 6개월 내에 즉, 9월까지 딜이 마무리 안되면 무산된다는 부분을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박 회장에게 부여된 우선매수청구권과 관련 산은이 컨소시엄 구성을 못하도록 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 더블스타는 허용하면서 자신들에게 불허한 컨소시엄 구성을 잇따라 문제삼았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의 더블스타와 올해 3월 13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박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 없이는 9550억원이라는 금액을 마련할 수 없어 4월 19일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했다.


    대신 박 회장은 금호의 상표권을 새로운 카드로 꺼냈다. 사용요율을 두고 산은과 다시 한번 줄다리기에 나섰다. 2개월간의 밀고 당기기 끝에 산은은 당초 금호산업이 제시한 매출액의 0.5%를 향후 20년간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안을 수용했다. 이렇게 되면서 산은과 더블스타가 체결한 상표권 사용요율 0.2%, 사용기간(의무 5년+선택 15년)과 차이가 생겼다. 채권단은 차이가 나는 2700억원 가량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향후 배임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금호타이어의 영업손실이다. 더블스타는 다음달까지 금호타이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5% 감소하면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 5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558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때문에 더블스타는 실적 악화를 근거로 매각가격을 9550억원에서 8003억원으로 16.2%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판 자체가 완전 뒤집어지는 대목이다. 박 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을법 하다.


    이제부터는 금호타이어 매각가격을 얼마나 더 낮출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새로운 구상이 필요한 순간이다. 아울러 8000억원 가량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계열사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순리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박 회장의 바람이 최종 결과로 어떻게 나타날지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