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기업대출 많이 늘어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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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기업이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대폭 늘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13조424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6조3948억원(16.9%) 급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회사 등이 포함된다.

올해 상반기 증가액은 작년 같은 기간(8조8172억원)의 2배에 가깝다.

또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최대치다.

상반기 증가액을 금융기관별로 보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26조9167억원으로 2조3342억원(9.5%) 늘었다.

신용협동조합은 12조3337억원으로 3조3669억원(37.5%) 급증했고 상호금융도 46조133억원으로 8조1503억원(21.5%)이나 불었다.

새마을금고(잔액 8조2천706억원) 증가액 역시 1조4635억원(21.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이른바 '풍선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은행권 기업대출 급증에 대해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가 약한 쪽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가계부채 급증세를 완화할 목적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했다.

지난해 2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수도권에 도입한 데 이어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지난 3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상호금융에서도 시행했고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향해 가계대출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되자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확대에 공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6172억원으로 작년 동기(17조9956억원)보다 축소됐다.

문제는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제2금융권을 많이 찾다 보니 금리 상승 등의 충격에 약하다는 점이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업대출의 85.2%는 중소기업 대출이고 여기에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빌린 돈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업, 음식·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가계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자 기업대출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금리는 은행보다 높아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크다.

지난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연 8.29%(신규취급액 기준)로 예금은행(3.45%)의 2.4배 수준이다.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금리도 연 3.99%로 예금은행보다 0.54% 포인트 높았다.